아름다움을 다루는 미술관은 그러나 쓰레기의 온상이다. 큰 전시 한 번에 3~4t 규모 폐기물이 배출되기 때문이다.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삼성미술관 리움 측은 최근 “전시장 임시벽을 재사용 가능한 칸막이로 바꿔 전시 폐기물을 기존의 50%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그림을 걸거나 전시 공간을 구획하기 위해 석고·합판 등으로 제작한 흰 벽, 이른바 가벽(假壁)은 전시가 끝나면 모두 부숴서 자루에 넣어 버린다. 미술관이 뱉어내는 가장 큰 공해(公害)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지난 2월 폐막한 생태 전시 ‘대지의 시간’에서 가벽 없는 전시를 시도한 이유다. 곧 허물 벽을 세우는 대신 열린 공간을 지향한 것이다.
탄소도 쓰레기다. 미술품을 화물칸에 싣고 옮기는 과정, 특히 항공 운송의 경우 수십t 규모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2020년 전 세계 주요 갤러리가 모여 발족시킨 ‘갤러리 기후연합’(GCC) 측이 꼽은 전시장의 주요 탄소 배출 원인 역시 ‘작품 운송’이었다. 이를 위해 프랑스 릴 소재 미술관 보자르 드 팔레는 2월까지 진행한 스페인 화가 고야의 그림 전시를 준비하며 그림 수급의 우선순위를 인접 국가로 한정해 화물 운송 거리를 최소화했다. 파리 퐁피두센터는 근처 루브르·오르셰미술관 등과 작품 공수 정보를 공유해 지역이 겹칠 경우 한 번에 함께 실어오는 방식을 궁리하고 있다.
때로 쓰레기가 작품이 된다. 부산현대미술관은 전국의 폐플라스틱 27톤으로 1만5000개의 모듈러를 제작·조립해 거대 쇠백로 조형물을 야외에 설치했다. 미술관이 위치한 을숙도의 여름 철새를 쓰레기로 빚어내 “재생에 대한 외연을 넓히고자” 기획됐다. 10월 23일까지 관람객 휴게 시설로도 이용되고, 전시 후에는 해체해 의자나 책상으로 재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수원시립아트스페이스광교 역시 환경 문제를 주제로 한 전시 ‘휘릭, 뒹굴~ 탁!’을 9월 12일까지 열어 폐비닐 등 산업 폐기물의 괄목할 변신을 보여준다. 전시 관계자는 “도록도 재생 종이로 제작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