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상용으로 쉽게 볼 수 있는 식물 스킨답서스는 ‘악마의 덩굴’이라고도 부른다. 무지막지한 생명력 탓이다. 웬만한 역경은 물론이고, 죽은 것 같아도 물만 주면 살아난다. 최혜진(28)씨는 7년째 스킨답서스의 뿌리를 한국화(畵)로 그려내고 있다. 검고 막막한 화면 위로 실뿌리는 담담히 뻗어나간다. 최씨는 “누군가의 깊은 관심과 보살핌 없이도 일상 깊숙이 들어와 있는 식물에서 작가의 모습을 발견했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더 튼튼해지는 뿌리처럼 이 자리에 오래 머물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최대 청년 미술 축제 ‘2022 아시아프(ASYAAF)’ 2부가 9일 시작한다. 치열한 고민에서 분출하는 개성적 시선을 다수 발견할 수 있다. 히든 아티스트 박미(43)씨는 한쪽 시력을 잃은 뒤 점자(點字) 회화에 매진하고 있다. 캔버스 위로 돌출한 원기둥으로 ‘산’ ‘태양’ 등의 점자를 레고 블록 표면처럼 표현한 작품이다. 박씨는 “절망적이지는 않다”며 “그저 눈을 감고 천천히 기억을 읽어나가면 된다”고 했다. 이 연작 제목은 ‘나의 풍경화’다. 풍경이 결코 쓸쓸하지 않다.

조선일보사·홍익대학교가 공동 주최하는 이번 행사 2부는 작가 248인의 작품 578점을 서울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에서 선보인다. 36세 이상 유망 작가들을 위한 섹션 ‘히든 아티스트’ 부문에서도 50인의 치열함을 확인할 수 있다. 무더위와 빗줄기에도 1부에만 관람객 7153명이 찾았고, 작품 290점이 판매됐다. 2부는 21일까지 열린다. 모든 출품작은 22일부터 온라인(asyaaf.chosun.com) 구매 가능하다. 월요일 휴관. 입장료 성인 7000원, 아동·청소년 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