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만에 새로 채택된 박물관에 대한 정의. /국제박물관협의회

박물관(Museum)은 무엇인가.

15년만에 박물관의 정의(定義)가 바뀌었다. 전 세계 130여개 나라가 참여하는 국제박물관협의회는 25일(현지시각) 체코 프라하에서 3년 만의 총회를 열고 “다양성과 지속가능성”을 강조한 새로운 정의를 채택했다. 이번에 변경된 내용은 향후 각국의 박물관 운영 지침으로 작용하게 될 전망이다.

박물관은 변화하는 곳이고, 공인된 정의도 변천을 겪어왔다. 1946년 설립된 국제박물관협의회는 그해 처음 “‘박물관’이라는 단어는 동물원과 식물원을 포함한 대중에게 공개된 모든 예술적·기술적·과학적·역사적·고고학적 자료의 컬렉션을 포괄한다”는 내용의 정의를 수립·공표했다. 그러면서도 “영구적인 전시 시설을 유지하지 않은 경우가 아니라면 도서관은 제외”라고 부연함으로써 물질을 보관하고 선보이는 공공 장소로서의 개념을 강조했다.

“A museum is a non-profit making, permanent institution in the service of the society and its development, and open to the public, which acquires, conserves, researches, communicates, and exhibits, for purposes of study, education and enjoyment, material evidence of man and his environment.”
-1974년 박물관 정의
A museum is a non-profit, permanent institution in the service of society and its development, open to the public, which acquires, conserves, researches, communicates and exhibits the tangible and intangible heritage of humanity and its environment for the purposes of education, study and enjoyment.
-2007년 박물관 정의
“A museum is a not-for-profit, permanent institution in the service of society that researches, collects, conserves, interprets and exhibits tangible and intangible heritage. Open to the public, accessible and inclusive, museums foster diversity and sustainability. They operate and communicate ethically, professionally and with the participation of communities, offering varied experiences for education, enjoyment, reflection and knowledge sharing.”
-2022년 박물관 새 정의

이후 소폭 개정이 이뤄지다가, 1974년 새로운 정의가 정립돼 40년 이상 통용돼왔다. “박물관은 인간과 그 환경의 물질적 증거를 연구·교육 및 향유할 목적으로 자료를 수집·보존·연구·교류·전시해 사회와 그 발전에 봉사하고 대중에 개방된 영구적인 비영리 기관”이라는 내용이다. 비영리기구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연구와 교육의 성격을 강조한 것이다. 2007년에 이르러 1974년 정의와 거의 유사하지만, 유형 뿐 아니라 무형의 유산까지 포괄(tangible and intangible heritage)하는 새 정의가 통과돼 최근에 이르렀다.

2019년 새로운 정의가 제안돼 교토 총회에서 투표에 부쳐졌으나, 격론 끝에 부결됐다. 너무 정치적이라는 이유였다. 당시 제안된 새 정의에서 “박물관은 과거와 미래에 대한 비판적 대화를 위한 민주적이고 포괄적이며 다성적인 공간”(Museums are democratising, inclusive and polyphonic spaces for critical dialogue about the pasts and the future) 혹은 “인간의 존엄성과 사회 정의, 세계 평등 및 지구적 복지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aiming to contribute to human dignity and social justice, global equality and planetary wellbeing)와 같은 내용이 너무 급진적이고 이데올로기에 기초한 사회파적 요소가 강해 거부감을 표시하는 국가가 많았기 때문이다. 너무 추상적이어서 박물관을 표현하는 언어로 적절치 않다는 비판도 거셌다.

올해 3년 만에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총회에서 새로 채택된 정의는 기존 비영리(non-profit)라는 단어를 비영리 추구(not-for-profit)로 완화하는 대신, 다양성과 윤리성을 강조했다. 즐거움(enjoyment) 제공의 기능이 복권된 것도 주목할 지점이다. 국제박물관협의회 측은 “이번 결정이 전 세계 박물관의 역할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한국 장인경 철박물관장이 국제박물관협의회 신임 부회장으로 선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