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내부의 심각한 조직 갈등으로 인한 문화체육관광부 조사 결과, 응답자 대다수(88%)가 갈등을 인지하고 있었고 절반 이상(52%)이 “다른 기관보다 심각하다”고 답한 것으로 확인됐다. 면접 조사에서는 27명이 갑질 피해를 입었다고 진술했다. 국내 유일 국립미술관의 전례 없는 내홍이 구체적인 수치로 처음 드러난 것이다.

28일 본지가 입수한 ‘국립현대미술관 내부 갈등 조사 결과 및 향후 조치 계획’ 보고서에 따르면, 갈등은 상하 직위 간(68%)에서 가장 두드러졌다. 학예직의 경우 상하 직위 간 갈등 비율이 100%였다. 대표적 문제는 갑질(68%)이었고, 가장 빈번한 사례는 부당 업무 지시 및 폭언이었다. 해당 조사는 지난 1월 본지가 단독 보도한 미술관 갑질 논란 이후 한 달 뒤에 진행됐고, 온라인 설문(공무직 포함 145명) 및 면접(정규직 144명 전수조사)으로 이뤄졌다.

특히 학예직에서는 “사적 이해관계가 의심되는 작가·작품 전시 지시” 및 “특정 정치인과의 친분 언급, 정치 성향 거론” 같은 정치적 중립 위반도 불거졌다. 이해 충돌 방지 대책이 없다는 우려에, 문체부 조사단은 “제도 개선 필요”를 판단 의견으로 냈다. 윤범모 관장 부임 이후 정치적 색채(민중미술) 및 친분 관계가 강하게 의심되는 전시 정황이 미술계에서 지속 지적돼왔다. 익명의 한 학예사는 “조직이 커지면서 관행으로 용인되던 부조리가 수면 위로 드러나는 것 같다”면서도 “문제를 제기해봤자 크게 바뀌지는 않을 거라는 회의주의가 만연하다”고 말했다.

게다가 최근 내정된 신임 학예연구실장이 2020년 음주운전 적발로 정직 1개월 중징계 처분을 받고 지난해 갑질 신고로 현재 인사혁신처 중앙징계위원회에 회부돼있는 상태라는 사실이 본지 취재 결과 드러나면서, 대내외적 도덕적 타격은 더 커질 전망이다. 지난 6월 미술관 측이 조직·운영한 ‘제도 개선 TF’가 유명무실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윤범모 관장은 “이번 인사에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제도 개선 TF’ 보고서 인사 기준에는 “최종 인사권자는 관장”이라고 명시돼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