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블로 피카소·콘스탄틴 브랑쿠시·루이스 부르주아·조지 콘도·게오르그 바젤리츠…. 잘나가는 아트페어답게 빛나는 이름은 거의 다 모여 있다. 개별 갤러리 부스뿐 아니라 ‘프리즈 마스터스’ 섹션을 통해 고대 조각상부터 20세기 서양 미술사(史)를 수놓은 거장까지 눈부신 진용을 자랑한다. 기대감이 커지는 이유다.
처음 한국 시장을 두드리는 호화 갤러리도 여럿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화랑 가고시안은 미국 미니멀리즘 조각의 대가 리처드 세라, 기행으로도 유명한 영국의 데이미언 허스트, 일본 팝아트 거장 무라카미 다카시 등으로 부스를 채웠고, 리슨갤러리는 명실상부 현재 최정상급 작가인 아니시 카푸어와 중국 반체제 작가 아이웨이웨이를 택했다. 레비 고비 갤러리 창업자 등이 지난해 출범시킨 갤러리 LGDR 역시 프리즈를 통해 서울 진출을 꾀한다. 이탈리아 개념미술 거장 루치오 폰타나·엔리코 카스텔라니, 미국 인기 화가 조지 콘도·조엘 메슬러 등으로 라인업을 꾸렸다. 그간 국내에선 접하기 어려웠던 하우저 앤드 워스·데이비드즈워너·화이트큐브 등 명문 갤러리의 총집결도 눈요기를 돕는다.
교과서에서 익히 볼 수 있는 근현대 거장의 면면도 다채롭다. 마르크 샤갈의 ‘마을에서의 행진’(1964), 최후의 인상주의 화가로 불린 프랑스 피에르 보나르의 ‘어린 소녀들과 개’(1910), 정물화의 달인으로 불리는 조르주 모란디의 ‘정물’(1943), 피카소 ‘술이 달린 붉은 모자를 쓴 여자’(1937), 팝아트 거장 앤디 워홀의 실크스크린 작품 ‘트로이’, 역시 팝아트 대표 명사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프로필 헤드’(1988)까지 아우른다.
출품 목록은 미술사 전체를 가로지른다. 데이비드에런 갤러리는 로마 황제 루키우스 베루스의 상반신으로 추정되는 대리석 조각부터 1세기 사마르티안족(族)의 것으로 보이는 금세공 유물까지 선보인다. 로빌런트+보에나 갤러리는 15세기 화가 사노 디 피에트로의 성화(聖畫) 및 18세기 베네치아 풍경화가 프란체스코 과르디 등의 작품을 출품한다. 마졸레니 갤러리는 ‘전후(戰後) 유럽 거장들’을 주제로 잡았다. 주요 작가의 1950~1960년대 작품을 조망하는 시도로, 스페인 화가 호안 미로의 초현실주의적 인물 및 헝가리 출신 빅토르 바사렐리의 옵아트(Optical Art) 명작이 나란히 놓인다.
2년 전 일명 ‘바나나’ 사건으로 미술계를 들었다 놨던 마우리치오 카텔란, 2017년 아트리뷰 ‘가장 영향력 있는 미술계 인물’ 1위에 올랐던 독일 미디어아트 작가 히토 슈타이얼의 작품도 소개된다. 꼭 쇼핑이 아니라 공부하러 들러도 좋을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