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다들 장난이 아니네요.”
수퍼 컬렉터조차 흥분케 한 미술 장터가 서울에서 열린다. 세계적 아트페어 브랜드 ‘프리즈(Frieze)’가 서울 행사를 오늘부터 5일까지 코엑스에서 개최한다. ‘프리즈’의 아시아 진출은 처음이다. 행사를 앞두고, 홍콩 부동산 재벌이자 미국 미술 매체 ‘아트리뷰’가 인정한 최고 수준의 컬렉터 에이드리언 쳉(43) 뉴월드그룹 부회장이 주목한 ‘라이징 스타 BEST 5′를 미리 소개한다. 향후 시장을 주도할 현대미술의 뜨거운 면면이다.
☆캐서린 번하드(47), 데이비드 즈워너 갤러리
거대한 ‘핑크 팬더’의 존재감만으로 한번은 걸음을 멈추게 한다. 핑크 팬더, 가필드, E.T, 발렌시아가 등 대중문화 아이콘을 팝아트 감성으로 표현하며 단숨에 중진 화가의 기수로 떠올랐다. 지난해 최고 수준의 갤러리 데이비드 즈워너 측과 전속 계약을 맺으며 전 세계 진출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자데 파도주티미(29), 타카 이시 갤러리
지난해 테이트 미술관이 소장을 결정한 최연소 작가이자, 올해 베네치아비엔날레에도 초청된 영국 흑인 여성 화가. 흔치 않게도 미술계 ‘오타쿠’다. 청소년 시절 빠져든 일본 애니메이션에 큰 애착을 드러내며, 작품 제작에 애니메이션 OST가 큰 영감의 요소로 작동한다. “그녀의 추상화는 그러므로 동서양의 문화적 만남이라는 개념에 초점을 맞춘다”고 쳉은 설명했다.
☆캐럴라인 워커(40), 스티븐 프리드먼 갤러리
“지극히 사적인 행위를 위한 공공 시설이라는 역설”에 노출돼있다는 점에서 욕실은 미술관과 같다. 동네 목욕탕이든, 병원 욕조든. 이 스코틀랜드 출신 화가는 개인과 사회, 여성과 관음, 역사와 신화를 가로지르는 작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아름다움과 현대적 일상을 반영한 그림”이라는 호평의 이유다.
☆코라크릿 아룬나논차이(36), CLEARING
태국의 전방위 작가. 영(靈)적 문화 교배를 작업의 토대로 삼는다. 국내에는 ‘청바지’ 회화 연작으로 먼저 알려졌는데, 서구 소비 문화를 상징하는 청바지가 동양의 각 분야에서 토착화되는 과정을 보여줌과 동시에 개인적 체험의 이미지를 가미했다. 지난해 한국 국제갤러리와도 전속 계약을 맺었고, 10월까지 서울에서 첫 미술관 전시도 열린다.
☆추이제(39), 필라 콜리아스 갤러리
특정 도시와 건축물을 렌더링해 몽환적 그림으로 옮김으로써 바우하우스 건축 원칙, 공산주의 선전 예술에 대한 고찰 등으로도 나아간다. 세계 최대 미술 플랫폼 아트시(Artsy)는 2017년 이 상하이 출신 화가를 ‘주목할 떠오르는 작가’로 선정했다.
◇에이드리언 쳉은 누구?
하버드대학, 골드만삭스 출신 기업인이자 유명 미술품 수집가. 20여년간의 컬렉션을 바탕으로 홍콩 ‘K11 미술관’을 세워 작가를 발굴하고 있다. 현재 뉴욕현대미술관(MoMA) PS1 이사이기도 하다.
<심플 인터뷰>
-‘프리즈 서울’ 론칭에 대한 견해가 궁금하다.
“수집가로서 반가운 일이다. 다양한 선택이 가능해졌고, 더 많은 문화·학제 간 프로젝트를 위한 플랫폼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특히 아시아에서 증가하는 MZ세대의 수집가들은 더 많은 예술적 참신함과 정보를 갈망하고 있다.”
-최고 수준의 컬렉터로서, 가장 중요한 수집 기준이 있다면?
“현대의 일상 생활과 관련된, 특히 창의성과 혁신에 대한 비전을 보여주는 작품을 선택한다. 예술사에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작품도 내 레이더망에 있다.”
-초보 컬렉터에게 해줄 조언은?
“소셜미디어에만 의존하지 말고, 실제 작품을 보러 가야 한다. 상황이 허락한다면 작가의 스튜디오도 방문하라. 수준 높은 워크숍, 투어 또는 강연에 다니며 식견을 넓혀라.”
-경기 침체 불안이 심화되고 있는데.
“지금까지 미술 시장의 역사는 훌륭한 작품은 경기와는 무관하게 살아남는다는 사실을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