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명문 필라델피아미술관이 150년 역사상 처음 한국 현대미술 전시 개최를 확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 미술 세계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필라델피아미술관은 서도호·함경아·신미경 등 33인의 한국 작가를 초청하는 ‘시간의 형태: 1989년 이후 한국 현대미술전’(가칭)을 내년 10월 열기로 했다. 350평 규모 전시실을 비롯해 야외 공간까지 사실상 미술관 전반을 사용하는 초대형 전시가 될 전망이다. 이 시기 해외여행 자유화 등 일상의 변화가 이후 한국 사회 지형을 어떻게 재조성했는지 보여줌으로써, 한국의 문화적 격변을 부각하겠다는 취지다.
1876년 설립된 필라델피아미술관은 현대미술의 선구자 마르셀 뒤샹 컬렉션으로 특히 유명하고, 고대부터 현대까지 아우르는 동서양 미술품 25만여 점을 소장한 초대형 미술관이다. 영화 ‘록키’에서 주인공이 계단을 뛰어올라 두 손을 번쩍 들어올리는 장면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명소다. 그러나 지금껏 이곳에서 아시아 현대미술 전시가 열렸던 적은 한 번도 없다. 한국 미술을 아시아 중심에 세우는 기회이기도 한 셈이다.
이 미술관 최초의 한국인 임원으로 지난해 부임한 우현수 부관장이 전시를 지휘한다. 특히 전시 도록을 예일대학교 출판부와 공동으로 출판해 미국 및 영어권 대학에서 교재로 쓰일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해 학술적 가치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우 부관장은 본지 통화에서 “서구 중심의 현대미술의 카테고리에서 여전히 아시아 미술은 소속이 미정에 가까웠다”며 “이 전시를 통해 한국 현대미술이 현재 글로벌 현대미술 담론에 정당한 위치로 편입하는 기틀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했다. 필라델피아미술관은 ‘한국관’을 갖추고 있고 2006년부터 한국미술 전담 큐레이터를 둔 미국 5개 미술관 중 하나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