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컬렉션 특별전–이중섭’ 전시에 출품된 이중섭 그림 한 점이 개막 후 두달 가까이 ‘거꾸로’ 걸려있었다는 사실이 29일 확인됐다. “그림 위·아래가 바뀌어있다”는 전문가의 지적이 잇따르자 미술관 측은 최근 그림을 다시 뒤집어 걸었다. 도록도 새로 제작될 예정이다. 전시는 지난달 12일 시작했다.
해당 그림은 이중섭이 1954년 종이에 유채로 그린 ‘아버지와 두 아들’이다. 이중섭이 즐겨 사용하던 모티프, 실제 두 아들(태현·태성)과의 행복한 한 때가 묘사된 작품이다. 당초 미술관은 화면 속 엉덩이를 드러낸 채 앉아있는 아이가 맨 위에 위치한 상태로 그림을 전시장 벽면에 걸었다. 이대로라면 아이는 공중부양한 상태로 아래를 내려다보는 구도가 되고, 아버지는 목이 꺾인채 다소 어정쩡한 자세로 화면 하단에 놓이게 된다. “그림이 거꾸로 걸린 것 같다”는 주장이 미술계에서 제기됐다.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는 이날 본지 통화에서 “기증 당시 액자 상단에 달려있던 고리 방향대로 설치했고 함께 제공받은 도판에도 그렇게 돼있었다”면서도 “미술계의 지적에 이중섭 연구자들과 논의한 끝에 그림을 뒤집어 다시 걸었다”고 말했다. 미술관 측의 요청으로 이번 자문에 참여한 미술사학자 최열(66)씨는 “이 그림은 작가 서명이 없고 어디가 위·아래인지도 명시돼있지 않다”며 “이 경우 과거 전시를 원전 삼아 설치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1972년 현대화랑, 1979년 미도파화랑 전시에 출품된 이력이 있고, 도록이 남아있는 미도파화랑 전시에서는 그림 속 아이가 화면 하단에 위치한다. 최씨는 “아이의 엉덩이와 다리 밑에 짙은 물감으로 윤곽을 넣은 것으로 미뤄 그림자 효과를 내려한 것 같다”며 “그림자가 밑에 놓이도록 설치하는 것이 합당해보인다”고 말했다.
촌극은 또 빚어졌다. 미술관 측은 전시 내에 ‘출판미술’ 섹션을 따로 마련해 벽면에 1950~1960년대 잡지 16권(표지)을 부착했는데, 이 16개의 표지화(畵) 중 이중섭 그림은 4개뿐이었고, “모든 그림을 이중섭 작품으로 오해할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별도의 안내판을 설치했다. 그러나 이 안내판마저 오류가 있었다. 1956년 ‘현대문학’ 표지화를 그린 화가 ‘문학진’을 ‘문학수’로 오기한 것이다. 문학수는 6·25전쟁 이후 북한에서 활동했다. 미술관 측은 “곧 실수를 파악하고 바로잡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립미술관의 신뢰도가 크게 실추됐다”는 평가가 속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