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반 고흐의 명화 ‘해바라기’(1888)는 난데없는 봉변을 겪었다. 두 여성이 14일(현지 시각) 영국 런던 내셔널갤러리 안으로 들어와 벽에 걸려있던 그림에 토마토수프를 끼얹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환경단체 ‘저스트 스톱 오일’(Just Stop Oil) 소속 활동가였다. 순식간에 ‘테러’를 자행한 뒤에는 접착제 바른 손바닥을 그림 밑에 갖다 붙였다. “그림이 더 걱정인가, 지구와 사람들을 환경오염에서 구하는 게 더 걱정인가”라고 외친 이들은 재물손괴 혐의 등으로 경찰에 체포됐다. 그림은 약 1200억원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다.
환경단체의 이른바 ‘명화 테러’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9일에는 호주 빅토리아 국립미술관에 걸려있던 피카소 그림 ‘한국에서의 학살’(1951)이 볼모로 잡혔다. 영국 환경단체 ‘멸종저항’(XR) 회원 두 명이 순간접착제 바른 본인의 손을 그림에 붙인 것이다. 지난 7월에도 환경단체 ‘울티마 제네라치오네’ 활동가 두 명이 이탈리아 우피치미술관에 걸린 르네상스 화가 보티첼리의 ‘프리마베라’(1477~1482)에 접착제 바른 손을 붙여 외신의 집중 관심을 받았다. 해당 그림들은 액자 덕에 훼손되지는 않았다.
“예술을 이용해 세상에 경종을 울리고자 했다”는 항변처럼, 이들의 테러는 작품의 직접적 손상은 피해가면서 대중의 말초적 반응을 자극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메시지 전달을 위한 충격 요법인 셈이다. 접착제를 손으로 붙이는 행동에 대해 ‘멸종저항’ 측은 “기후 변화와 인간의 고통이 ‘떼어낼 수 없는’ 관계임을 보여주려는” 퍼포먼스라고 주장했다. 환경이 파괴되면 예술도 파괴된다는 구호도 이들이 플래카드 등을 통해 수차례 반복해온 레퍼토리다.
그러나 비판도 거세다. 지난 7월 환경단체 ‘저스트 스톱 오일’이 내셔널갤러리에 소장된 레오나르도 다빈치 ‘최후의 만찬’ 복제본과 존 컨스터블의 그림 ‘건초 마차’(1821)에 손바닥 부착 등의 시위를 벌이자, 나딘 도리스 영국 문화부 장관은 “이 같은 관심 끌기는 그들의 이기적인 자아 충족 외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문화자산을 위험에 빠뜨리고 접근을 방해하는 행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트위터로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