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00주년을 맞는 미국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NMAA)을 한국 작가가 장식한다. 개관 이래 첫 한국 미술 전담 큐레이터 인력도 내정했다. NMAA는 미국 최대 아시아 전문 미술 기관으로, 달라진 한국 미술의 위상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최근 전시 협력 논의를 위해 방한한 체이스 로빈슨(59) 관장은 11일 본지 인터뷰에서 “내년 여름 신규 개관하는 100평 규모의 현대미술 전용 전시관 첫 전시를 한국인 미디어아트 작가 박찬경과 진행하려 한다”며 “미디어 분야의 가장 유망한 작가를 초청하고자 한 결과”라고 말했다. 영화감독 박찬욱의 동생으로도 잘 알려진 박찬경은 한국 전통문화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해오고 있다. 2024년에는 새 전시관 앞에 설치미술가 서도호의 대형 조각이 놓여 “미술관의 얼굴로 100주년 행사의 피날레를 장식”할 전망이다.
국립중앙박물관과 ‘이건희 컬렉션’ 순회 전시도 논의 중이다. 이를 위해 코로나 발발 이후 첫 해외 출장으로 한국행을 택한 로빈슨 관장은 “며칠 전 리움미술관에서 도예가 박영숙의 달항아리를 인상 깊게 봤다”며 “과거의 유산과 현대미술이 한 공간에서 어울리는 비슷한 전시를 기획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가장 큰 변화는 지금껏 중국·일본 등에 뒤처져있던 한국에 대한 관심 증가다. “서울의 외국 갤러리 숫자만 봐도 미술계에서 한국이 얼마나 중요해졌는지 알 수 있다”며 “우리의 미래 계획 역시 이런 성장의 반영”이라고 했다.
NMAA의 소장품은 약 4만6000점, 한국 미술품은 1000점 이하다. 많은 비중이 기부로 이뤄지는 만큼 이는 국력과 국가적 관심의 상징으로 풀이될 수 있다. 로빈슨 관장은 “미국 내 확장 추세인 한인 커뮤니티와 좋은 관계를 형성하고자 한다”며 “전시 전담 인력을 확충해 지금껏 우리가 충분히 보여주지 못했던 한국 미술의 매력을 정기적으로 소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람객 참여 프로그램도 확충한다. 1월 루나뉴이어(중국), 4월 벚꽃(일본) 축제에 이어 내년부터 ‘추석 페스티벌’이 추가되는 것이다. 주말 이틀간 지역 예술가와 벌이는 신명 나는 한마당이 매년 워싱턴 DC에서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