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자랑이 하고 싶은가? 아트페어에 가시라.
웬 현금인출기(ATM) 한 대가 미국 최대 미술품 장터 ‘아트바젤 마이애미 비치’ 전시장에 놓였다. 현금인출기에 카드를 꽂으면 계좌 잔액과 실시간 촬영된 사진이 상단 모니터에 뜨고 순위가 매겨진다. 누가 더 부자인지 대놓고 겨루는 게임기인 셈이다. 돈을 인출하면 여러 만화 영상도 상영된다. 미국 창작그룹 MSCHF(미스치프)가 올해 제작한 이 설치작품의 제목은 ‘ATM 점수판’<사진>. 1일 현재 1위는 2989381달러(약 38억원)를 지닌 한 남성이다. 행사는 지난 30일 개막해 3일까지 열린다.
유명 아트페어는 부자들의 놀이터다. ‘억’ 소리 나는 미술품을 쇼핑하려면 돈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정·재계 및 연예계 화려한 VIP들이 첫날부터 출동해 안목과 재력을 뽐낸다. 페로탕갤러리를 통해 출품한 MSCHF 측은 “부를 과시하려는 충동을 추출한 작품”이라며 “람보르기니를 타고 롤렉스를 차는 사람들이 밀집한 이곳이야말로 최적의 전시 장소라 판단했다”고 CNN에 밝혔다. 이른바 플렉스(flex)라 불리는 허세와 욕망을 가장 직접적인 방식으로 드러낸 것이다.
재밌는 점은 이 현금인출기가 한국 기업 효성에서 제작한 기기라는 점이다. 원래 용도로는 600만원 수준이지만, 작품 가격은 7만5000달러(약 1억원)로 책정·판매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