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호주 빅토리아 국립 미술관에 전시된 피카소 그림 '한국에서의 학살'에 자신의 손바닥을 붙인 극렬 환경단체 XR 활동가들. /AFP 연합뉴스

미술관 명화(名畵)에 오물을 투척하며 환경 보호 메시지를 전달하던 ‘에코 테러리즘’이 올해는 잦아들 전망이다.

영국 과격 환경단체 멸종저항(XR)은 새해를 하루 앞둔 지난 31일(현지 시각) 성명을 발표해 “새해 공공 훼손을 주요 시위 수단에서 잠정 배제하는 다소 논쟁적인 결단을 내렸다”며 “체포보다는 참여, 방해보다는 관계를 우선 순위에 둘 것”이라고 밝혔다. 성명 제목이 ‘우리는 그만 둔다’(We quit)였다. 지난해 10월 호주 빅토리아 국립미술관에 걸려있던 피카소 그림 ‘한국에서의 학살’(1951)에 순간접착제를 바른 손바닥을 그림에 붙이는 등의 ‘쇼’를 벌인 단체다.

XR 측의 성명에 첨부된 그림. "그만둔다"는 의미다.

XR의 이번 결정은 과격 시위에 대한 당국의 제재가 강화되고, 대중의 비판이 거세지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영국 정부는 과격 시위에 대한 법적 처벌을 강화하는 공공질서법안을 마련했다. ‘핵심 국가 기반시설에 대한 간섭’과 점거를 범죄로 규정하고, 위반시 최대 징역형에 처하도록 한 것이다.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작년 3분기 영국인 1124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XR을 긍정 평가하는 응답은 21%에 불과했다.

미술품 위에 으깬 감자나 토마토 수프를 끼얹는 극렬 환경단체의 미술관 오물 테러가 이어지면서 지난해 11월에는 루브르·오르세·구겐하임 등 전 세계 저명 미술관 92곳의 관장들이 “깊은 충격”을 호소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에코 테러리즘’에 미술계가 공동 대응한 첫 사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