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5번가 루이비통 매장, 일본 유명 화가 쿠사마 야요이(94)가 쇼윈도 안쪽에서 온종일 붓에 물감을 찍어 유리창에 점을 찍는다. 일명 ‘땡땡이’ 그림으로 유명한 화가답게 알록달록한 동그라미가 쇼윈도를 가득 채운다. 그의 또다른 대표작인 ‘호박’ 도자 가발을 뒤집어 쓴채 눈을 껌뻑이며 끊임없이 움직인다. 노(老) 화백의 건강이 염려되는 풍경이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로봇<사진>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쿠사마 야요이 로봇’이 최근 소셜미디어를 달구고 있다. 올해 루이비통 측이 자사 제품에 쿠사마 야요이의 전매 특허 ‘땡땡이 무늬’를 입히는 등의 협업 판매를 진행하면서 내세운 홍보 전략의 일환이다. 명품 회사와 세계적 작가의 만남이 더는 놀라운 일이 아니지만, 실물과 거의 흡사한 로봇(animatronics)을 제작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파리 본점에는 쿠사마 야요이가 건물 외벽에 거인처럼 달라붙어 있는 조각상이 설치됐고, 한국 청담점에도 4m 규모의 쿠사마 야요이 실물 형상이 놓였다.
실제 피부 주름과 작가 특유의 화장법을 세밀히 재현해 얼핏 진짜 사람처럼 보일 정도다. 그러나 놀라움과 함께 우려도 제기된다.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고령의 예술가에 대한 존중없이 너무 상업적으로 소모하고 있다는 것이다. 쿠사마 야요이는 조현병 등으로 1977년 스스로 정신병원에 들어간 이래 현재까지 병원과 작업실을 오가며 생활하고 있다. 미술계 풍자로 유명세를 얻은 미국 인플루언서 제리 고고시안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당신들이 의도하는 것처럼 무해하지는 않은 이벤트 같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