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부럽다.”
도쿄 구사마야요이미술관 관장이자 다마미술대학 총장을 맡고 있는 일본 유명 큐레이터 다테하타 아키라(76·사진)는 최근 아시아 미술 강국으로 떠오른 한국을 거론하며 일본의 현실을 질타했다. 지난 11일 서울 성수동에서 열린 좌담회에 참석한 다테하타는 “30년 전만 해도 일본은 가장 영향력 있는 국가였지만 지금은 한국·싱가포르·대만 같은 나라의 엄청난 영향력 확장을 느끼고 있다”며 “작가를 받쳐주는 인프라, 즉 갤러리 숫자나 컬렉터의 역량 면에서 한국이 일본을 훨씬 앞선다”고 말했다. 좌담회 주제는 ‘위기 시대의 예술’이었다.
다양성 실종을 역행의 이유로 진단하며 그는 홍콩 현대미술관 M+를 예로 들었다. “이곳 관장은 스리랑카 출신 호주인이고, 수석 큐레이터는 한국인, 조각 부문 큐레이터는 일본인이다. 여러 배경과 환경에서 공부한 사람들이 어울려야 자유로운 작업이 나온다. 반면 일본을 대표하는 국립서양미술관 직원은 전원 일본인이다. 유명 사립미술관 모리미술관은 20년 전 개관 당시 영국인 관장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전부 일본인으로 바뀌었다.” 이날 다테하타와 대담을 진행한 전(前) 세계비엔날레협회장 이용우 미술평론가는 “오스트리아인이 관장으로 있는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처럼 국적·인종의 한계를 뛰어넘는 기관이 여러 나라에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베네치아비엔날레 일본관 감독, 요코하마트리엔날레 초대 감독 등으로 활약한 다테하타는 일본 전국미술관협회장도 겸하고 있다. “400여 곳의 회원 미술관을 통틀어 외국인 관장은 한 명도 없다”고 했다. 좌중에선 한국 역시 상황이 다르지 않다는 반응이 나왔다. ‘미술계 히딩크’를 영입하자며 2016년 국내 최초의 국립현대미술관 외국인 관장을 선임했으나, 극렬 반발이 잇따르자 3년 뒤 교체해 이후 전무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다른 공공미술관의 순혈주의도 사정은 마찬가지. 한국 미술의 세계적 확산을 지속하기 위해 반드시 돌아봐야 할 지점이다. “의식적 관점의 다양성, 교류는 굉장히 중요한 요소다. 한 방향으로는 확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