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의 창조가 미술이라면, 이 물고기도 엄연히 작품이다.
이른바 ‘GM 바다송사리’는 일반 바다송사리 유전자를 조작해 형광빛을 내뿜도록 창조한 신품종이다. 부경대학교 연구진이 형광 단백질 유전자를 이용해 2010년 생산에 성공했다. 이 물고기 100마리가 미술관에 등장했다. 부산현대미술관 2층에 놓인 어항 속에서 분홍·연두·주황·노랑의 형광이 점화(點畵)처럼 색의 유영을 선보인다. 인공의 생명이 인간의 눈앞을 홀리듯 흘러다닌다. 전시 제목이 ‘친숙한 기이한’이다.
생명공학의 양면성을 들춰온 미국 미디어 작가 린 허시먼 리슨(82)의 작품을 배경으로 송사리는 헤엄친다. 당초 린의 유전자 조작 관상어(Glo Fish)를 들여오려 했으나 법적인 문제로 유통이 불가능해지면서, 국산을 물색한 결과 부경대와 연락이 닿았다. 이 물고기가 일반에 공개되는 건 이번이 처음인데, 한 마리라도 유출될 경우 생태계 교란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한나 학예사는 “화려하지만 이들은 결코 바다로 갈 수 없다”며 “자원이자 위험 요소라는 미래의 양면성을 드러낸다”고 말했다. 관리를 위해 19일까지만 전시된다.
첨단과 그로 인한 불안을 탐구하는 이번 전시는 4국 작가 11인의 작품 22점을 소개한다. 인공지능(AI)이 빠질 수 없다. 전시장 구석에 따로 마련된 방에 들어서면 사람 크기만 한 ‘얼굴’ 7개가 놓여 있다. 예술공학을 전공해 2002년부터 대화형 인간형 로봇을 소개해오고 있는 미디어아트 작가 노진아(48)의 ‘공조하는 기계들’(2022)이다. 이 작품은 AI 컴퓨터를 탑재해 관람객과 상호작용이 가능한 조각으로, 미간(眉間)에 마이크가 내장돼있다. 가까이 다가가 말을 걸면 눈을 껌뻑이며 대답한다.
“넌 누구니?” 그러나 질문에 조각 7개가 모두 대답을 시작하는 데다 소리가 크게 웅웅대는 통에 제대로 알아들을 수는 없다. 너무 많은 정보가 해석 불능을 낳는 아이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