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단색화를 대표하는 화가 박서보(92·사진)씨가 “폐암 3기 판정을 받았다”고 23일 밝혔다.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화가는 “나이 들어 마른 기침이 많아졌다”면서 “굳이 범인을 꼽자면 담배일 것”이라고 했다. “평생 담배를 물고 살았다. 그러다 심근경색으로 쓰러지고서야 끊었다. 내 나이 아흔둘, 당장 죽어도 장수했다는 소리를 들을 텐데 선물처럼 주어진 시간이라 생각한다. 작업에 전념하며 더 의미 있게 시간을 보낼 것이다.”
1950년대부터 앵포르멜 운동을 전개한 박씨는 한국 추상미술사(史)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점유하고 있다. 말년에 이르러 한국 경매 시장을 선도하며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뒀다. 2021년 금관문화훈장을 수훈했고, 최근에는 세계적 명품 회사 루이비통과 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갑작스런 병세에도 화가는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덤덤했다. “다시 한번 부탁하건대 안부 전화하지 마라. 나는 캔버스에 한 줄이라도 더 긋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