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퍼포먼스 전시를 보려면 다음과 같은 주의 사항을 숙지해야 한다.
① 1m 이내 접근 금지
② 신체 확대 촬영 금지
미국 화가 도나 후앙카(43)의 국내 첫 개인전 리플릿에 적힌 관람 에티켓이다. “퍼포먼스 연기자를 불편하게 하는 행동을 삼가 달라”는 것인데, 이유는 간단하다. 연기자가 두 명의 발가벗은 여성이기 때문이다. 화려한 보디 페인팅(body painting)을 한 채 그림·조각 주변을 서성이고 때로 벽면에 몸을 비벼 흔적을 남긴다. ‘몸’을 이미지 전달 수단으로 삼는 화가의 의도지만, 몸을 그저 ‘외설’로 받아들이는 일부 관람객이 존재한다. 도나는 “퍼포먼스는 영화가 아니라 실시간이기에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며 “지난 전시에서 몇몇 안 좋은 일들이 있어서 보디가드를 세워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전시장에는 두 여성 보디가드가 양끝에 서 있다. 무용복 같은 흰옷을 입고 있어 얼핏 퍼포먼스 연기자처럼 보인다. 이들의 역할은 “연기자와 지속적으로 눈을 맞춰 ‘보호받고 있다’는 심리적 안정을 주는 것”이다. 그리고 연기자의 은밀한 부위만 노골적으로 촬영하는 등의 문제적 관람객을 저지하는 것이다. 서울 마곡동 스페이스K에서 9일 개막한 이번 전시는 6월까지 열리지만, 퍼포먼스는 12일까지만 한시적으로 진행된다.
최근 세계적 작가로 거듭난 신예 도나 후앙카의 회화는 몸에서 시작한다. 태어나고 자라고 죽는 순환의 감각을 담은 화폭이기 때문이다. 강황·점토·달걀·커피 등의 천연 재료로 제작한 화장품을 연기자의 몸에 바르고, 그 몸의 무늬를 다시 대형 회화로 재제작한다. 물감 묻힌 손을 캔버스에 문질러서. 이번 전시에 놓인 약 3m 높이의 회화 12점도 이렇게 탄생했다. 몸의 변주인 셈이다.
성적(性的) 접근은 이 전시에서는 적절치 않다. 여성 연기자를 활용하는 여성 화가, 그래서 ‘페미니즘’으로 퉁치는 게으른 해석도 마찬가지다. 도나는 “관람 방식을 열어두고 싶다”며 “여성이 아닌 인간의 몸으로 봐달라”고 당부했다. 볼리비아 이민자 출신 부모의 영향으로 고대 잉카 문화 등이 작품에 녹아 있다. 제의에 사용되던 현지 나무 팔로산토, 태운 머리카락 등을 섞은 향도 전시장에 뿌려 관람객의 몸을 자극한다. 카메라로는 담을 수가 없는 것이다.
“휴대폰 내려놓고, 그냥 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