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박서보 미술관' 기공식 현장에 참석한 박서보 화가(왼쪽)과 부인 윤명숙 여사. /기지재단

“암(癌)을 친구로 모시고 함께 살자, 치료는 3개월에 한 번씩 몸 상태 봐가며 하자고 생각을 정했다. 방사선 치료를 하면 일을 못 하니까.”

14일 열린 제주도 ‘박서보 미술관’(가칭) 기공식에서 단색화 거장 박서보(92)씨가 말했다. 지난달 페이스북을 통해 본인의 폐암 3기 진단 소식을 알렸던 박씨는 “처음에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지만 내가 또 단념하는 재주가 있다”면서 “요즘 수십년 지난 외국 신문 위에 연필과 유화 드로잉을 시도하는 신작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이 미술관은 서귀포시 호근동에 있는 JW 메리어트 제주 리조트&스파 부지에 총 건축면적 1만1571㎡(전시관 900㎡)짜리 지상 1층·지하 2층 규모로 들어선다. 미술관은 호텔 내에 들어서지만, 투숙객이 아니어도 관람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설계는 스페인 건축가 페르난도 메니스가 맡았고, 내년 여름쯤 개관할 예정이다.

박씨는 “미술관 규모는 크지 않지만 미술관이 꼭 커야만 한다고 보지는 않는다”면서 “커다란 미술관에 지지 않는 미술관을 만들어놓고 세상을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골똘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미술관이 응어리진 마음을 풀 수 있는 곳이 되길 바란다”고도 했다.

서울 구기동에도 ‘박서보 단색화 미술관’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 다만 박씨의 고향인 경북 예천군에서 유치했던 ‘박서보 미술관’에 대해서는 “설계를 둘러싸고 여러 문제가 있어 지금은 포기한 상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