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경매회사 소더비·크리스티·필립스옥션 경매 현장(왼쪽부터). 세 회사 모두 한국사무소를 통한 경쟁 체제에 돌입한다. /소더비·크리스티·필립스옥션

세계적 경매 회사 소더비(Sotheby’s)가 서울 진출을 공식화했다. 이로써 크리스티·소더비·필립스 등 세계 3대 미술품 경매 회사가 모두 한국에 사무소를 두게 됐다. 경매 회사 현지 사무소는 해외에서 열리는 주요 경매를 홍보하고 고객 관리를 맡는다. 한국 컬렉터들이 이 세 회사가 집중 관리해야 할 정도의 ‘큰손’이 됐다는 의미다. 본격적인 글로벌 경쟁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소더비는 8일(현지 시각) 향후 비전을 밝힌 ‘50 YEARS NEW IN ASIA’ 영상을 통해 “아시아 지역 고객층을 더 넓히고자 한다”며 “한국에 신규 사무소를 열 것”이라고 밝혔다. 신임 대표로는 필립스옥션 한국사무소 대표를 지낸 윤유선씨가 임명됐다. 소더비는 1990년 외국 경매 회사 중 처음으로 국내시장에 발을 내디뎠지만 사업 부진으로 1996년 철수했고, 최근 한국 미술 시장의 비약적 발전을 계기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소더비 측은 본지 서면 질의에 “전통적인 센터를 넘어 비즈니스를 수행하는 광범위한 접근 방식”이라고 밝혔다.

최근 경기 침체 불안에도 아시아 시장에 대한 긍정적 전망을 드러낸다. 신규 컬렉터의 유입이 활발한 젊은 시장이기 때문이다. 크리스티의 경우 지난해 밀레니얼 세대 경매 낙찰자의 62%, 필립스옥션은 40%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나왔다. 지난해 필립스옥션 한국사무소에 합류한 서민희 대표는 “한국의 젊은 컬렉터들은 작품 이해가 깊고 공부도 많이 한다”며 “이 같은 고객층이 불황에도 낙관적 미래를 점치는 이유”라고 말했다.

‘미술 1번지’ 홍콩의 정치적 혼란이 서울의 호재로 이어지고 있다는 해석은 지속적으로 나왔다. 그러나 아시아 미술 패권의 대이동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세 회사 모두 여전히 홍콩에서 경매를 열고, 잇따라 홍콩 신사옥 공약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무관세 지역 홍콩을 중심으로 서울까지 발을 넓히는 전략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크리스티코리아 이학준 대표는 “서울이 홍콩을 대체한다기보다 각 도시의 특성을 강화하는 방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콩은 초고가 미술품 및 보석 시장으로, 동시대 미술의 인기가 높은 서울은 현대미술 쪽으로 특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국내 최대 경매 회사 서울옥션은 소더비 측과 인수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호재 회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시장 판이 커지려면 대자본이 들어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