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을 설레게 한 세상의 도서관들

거의 모든 사안에 대해서 한국의 진보와 보수는 극단적으로 의견이 갈린다.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도서관의 중요성에 관해서는 진보든 보수든, 만장일치에 가깝게 의견이 모아진다. 중요한 일이고, 잘해야 한다고 말한다. 고마운 일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진보든 보수든 도서관 운영에서 별 실력을 보여준 게 없다. 국회도서관은 야당 몫이다. 10년 넘게 지켜봤는데, 야당 시절의 민주당도, 지금의 야당도 국회도서관 운영에서 별로인 것 같다. 국회 사무총장 같은 핵심 보직에 비하면, 국회도서관장직은 여전히 한직이다.

도곡정보문화도서관 관장인 조금주의 도서관 순례기인 ‘내 마음을 설레게 한 세상의 도서관들’(나무연필)은 미국·일본·핀란드 등 주요 국가에서 도서관을 어떻게 운영하고, 어떤 새로운 도서관을 제시하고 있는지 살뜰하게 보여준다. 다른 나라의 문화적 특징과 경제적 전략 같은 것들이 도서관에도 반영되는 것 같다.

미국 도서관을 방문했을 때 서울 강남에 있는 도서관에서 왔다고 할 때마다 미국 사서들이 부럽게 쳐다보았다는 대목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재산세에서 도서관에 얼마나 돈을 쓸지 지역별로 결정하는 미국 시스템이라면 강남의 도서관은 어마어마한 돈을 쓸 수 있는 부러운 도서관일 것이다. 우리의 현실은 안 그런가 보다.

우석훈 성결대 교수

시민과 함께하는 도서관, 이게 자본주의를 만든 힘이라고 알고 있다. 우리에게 도서관은 여전히 주변부적이고, 책을 잘 모르는 공무원들이 되지도 않는 경제 논리로 좌지우지하는 게 우리의 실정이다. 시민들을 연결시키는 공간으로서의 역할보다는 독서실, 아니 고시원으로서의 기능이 더 큰 것도 사실 아닌가?

코로나와 함께 도서관이 닫혔었다. 제한적이고 소규모라도 도서관을 열어놓을 수 있는 팬데믹 매뉴얼이 정비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으면서 21세기의 도서관 정보를 업데이트할 수 있어서 아주 좋았다. 사진이 예쁘고, 커피가 잘 어울리는 책이다. 책 문화는 지식 경제의 최전선이고, 이 최전선을 진두지휘하는 곳이 도서관이다. 도서관이 강한 나라가 21세기형 경제에 강한 나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