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마지막 말들

몇 쪽 읽는데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신간 ‘엄마의 마지막 말들’(창비). 박희병(64) 서울대 국문학과 교수가 1년간 구순(九旬) 어머니를 간병하며 쓴 기록입니다. 아들은 병상에서 엄마가 한 말을 받아적고 기억과 느낌을 덧붙여 한 권의 책을 썼습니다.

“밥은 묵었나?” “안 춥나?” “조심해라” “괜찮다”. 말기 암과 알츠하이머성 인지 저하증을 앓는 ‘엄마의 말’은 원초적이고 간명합니다. 아들은 엄마가 이런 말씀을 한 이유와 배경을 더듬어 해석합니다. 밥 먹었냐고 자주 말씀하신 이유는 “밥은 생명의 근원이다. 그러니 이 물음은 곧 나의 생명과 안위에 대한 걱정” 때문이란 것이지요.

아들은 “인지 저하를 겪는 엄마를 보면서 인간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다시금 곰곰이 생각해보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엄마는 “비본질적인 것은 다 털어내 버리고 본질적인 것만 남겨두신 것처럼 보였다”고 해석합니다. 높은 도에 이른 인간은 흡사 바보 같다고 장자가 말했듯 그런 경지가 되었다는 것이지요.

이한수 Books 팀장

역사학자 정구복(77)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가 10여년 전 ‘우리 어머님’(지식산업사)이란 책을 낸 적 있습니다. 대한제국에서 태어나 식민지와 전쟁, 산업화와 민주화 시대를 겪은 어머니의 일생이 곧 역사학이 탐구할 중요한 주제라는 사실을 드러내려 했다는 것이지요.

‘엄마의 마지막 말들’은 인문학의 근본 주제인 삶의 본질에 대한 탐구에 닿아 있습니다. 책을 읽으며 반성했습니다. 돌아가신 엄마의 마지막 말은 무엇이었나? 박희병 교수의 ‘엄마’는 돌아가시기 열이틀 전 이런 마지막 말씀을 남겼습니다. “하늘이 참 곱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