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의 감정들
김지수 지음|김대홍 옮김|너머북스|308쪽|2만원
조선시대는 신분 및 남녀 차별이 심한 유교 사회였다는 것이 일반적 인식이다. 그러나 미국의 한국학자인 저자 김지수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조선시대 여성들이 국가에 제출한 소장을 세밀히 분석하고 통념을 깨는 주장을 펼친다. 조선시대 여성들은 신분에 관계없이 당당히 법적 주체로서 독립된 목소리를 냈다는 것이다. 세계사적으로 볼 때 이는 놀라운 일이라고 말한다. 동시대 중국이나 유럽에서 결혼한 여성은 남성을 통해서만 법정에 설 수 있었다.
현존하는 조선시대 여성의 소원 600여 건과 관련된 기록에서 노비·평민·양반 여성들은 ‘억울함’과 ‘원(寃)’을 호소한다. 저자는 이 감정이 조선시대 법 담론을 형성했으며, 억울함을 푸는 것이 정의를 실현하는 핵심 개념이었다고 파악한다.
저자는 “조선시대는 사회적으로 불평등했지만 법적으로는 어느 정도 평등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면서 “이러한 것이 중국이나 일본과 비교했을 때 같은 유교권인데도 확연히 다른 점이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