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은혜 언어치료사

나의 엄마는 말이 참 거친 사람이었다. 거친 말 뒤에는 딸을 향한 염려, 안쓰러움이라는 본심이 있었지만, 딸인 내가 그걸 알아차리기엔 표현이 너무 서툴렀다. 위로와 격려가 필요한 순간에 나는 도리어 질책이나 비난을 들어야 했다. 엄마의 따가운 말 뒤에 숨은 마음을 이해하기까지 참 많은 시간이 걸렸다. 내게 이런 상처가 있었기에, 언어치료학과 상담학을 공부하며 비슷한 아픔을 지닌 이들에게 공감과 지지를 주고 싶었다.

매일같이 만나는 내담자들 역시 부모의 가혹한 말에 상처를 입고, 그 말로 또 자기 자신을 아프게 하는 가해자가 되고 있었다. 마음 저릿한 위로와 공감의 표현을 들어본 적 없으니 스스로를 압박하고 상처 주는 일에 너무나 익숙했다. 누군가는 그런 습관이 타인을 대하는 태도에 그대로 반영되었고, 누군가는 가슴속에 가득 쌓인 공격성을 감추기 위해 남의 욕구만 맞춰주는 사람이 되었다.

대화법을 공부하면 이 모든 게 해결될까? 나 역시 말 습관을 바꾸기 위해 많은 대화법 책을 읽었지만 지속적이고 근본적인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그보다는 내 마음을 돌보고 상처를 알아주는 목소리를 품기 시작했을 때, 입에서 나오는 말도 자연스럽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내담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이 어떤 말에 취약하며 왜 취약한지 발견하고 회복하는 연습을 하자, 타인의 말과 자신의 감정 사이에 안전거리를 두는 일이 비로소 가능해졌다.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해도 오해나 갈등이 남지 않는 경험이 하나둘씩 쌓여가면서 말하기에 대한 자신감도 점점 불어났다.

상처 입은 마음을 먼저 돌볼 때, 말은 자연스럽게 변화된다. 이 책 ‘말이 상처가 되지 않도록’은 우리 내면의 숨은 상처를 발견하게 하고, 그 상처에게 어떻게 말을 걸고 회복해나갈지, 자신과 타인에게 상처 주는 말들을 어떻게 멈추게 할지를 이야기한다. 당신이 듣는 모든 말들이 상처가 되지 않도록, 마음을 괴롭히는 가혹한 말의 근원을 찾을 수 있길 바란다. 노은혜·언어치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