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영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기자로 지내다 지난 2월부터 ‘플랫폼 노동’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남의 입’을 통해 듣는 세상의 변화에 갑갑함을 느꼈다. 직접 뛰어들어 천천히 겪어보며 ‘내 입’으로 변화를 이야기하고 싶었다.

시작은 쿠팡 물류센터 일용직이었다. 별도의 자격조건을 따지지도 않는다. 인적사항을 적은 문자 메시지 한 통 보내면 된다. 첫 출근 날 1시간 정도 교육받고 일을 시작했다. 힘들긴 힘들었다. 육체노동자들의 ‘고봉밥’이 이해됐다. 자는 동안 끙끙 앓았다. 최고의 ‘파스’(약)는 익숙함이었다. 일주일 정도 되니 일이 몸에 익기 시작했다. 그런데 임금이 영.... 시급 8590원. 최저임금이다. 이렇게 고생할 바에는 조금이라도 더 버는 일을 해보자 마음먹었다.

“내가 원할 때, 달리고 싶은 만큼만. 시간 날 때 한두 시간, 가볍게 운동 삼아 한두 시간!” 한 음식배달 서비스의 아르바이트 모집 광고다. 수입이 “시간당 평균 1만5000원”이란 안내도 있었다. 자유롭게 일하고 최저임금의 두 배 가까이 벌 수 있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있는가.

이번에도 지원은 쉬웠다. 스마트폰에 앱을 깔고 신분증과 프로필 사진을 올리면 끝. 배달 가방을 주문해 일을 나섰다. 오토바이는 은근 비싸다. 탈 만한 건 400만원을 넘는다. 보험료도 연 300만원 정도 내야 한다. 그래서 자전거로 배달했다. 우리 동네에 언덕길이 그렇게 많은 줄 몰랐다. 하루하루 허벅지 근육이 굵어지는 만큼 지갑도 두툼해졌으면 좋겠지만, 그렇진 않았다. 6개월 동안 단 한 번도 시간당 1만5000원을 벌어본 적이 없다.

벌이가 그나마 괜찮다는 대리운전에 뛰어들었다. 이 역시 앱을 깔고 운전면허증만 올리면 끝. 그러나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면대면 서비스인 대리운전은 직격탄을 맞았다. 밤거리에 서서 하염없이 콜을 기다리다 보면 멘털이 무너진다.

경험을 담아 이 책 ‘뭐든 다 배달합니다’를 쓰기 시작했다. 변하는 세상만큼 낡은 제도도 좀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