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손보미(41)는 ‘집순이’다. “망드(망한 드라마)를 즐겨 보는 고독한 빵순이로 활동 중”이라 자신을 소개할 정도. “침대 위에 온종일 누워 있는 걸 좋아하는데, 같이 살고 있는 고양이가 내 배 위에 올라와 주면 더 좋다”고 하면서도, 타이머를 맞춰 놓고 글을 쓰는 성실한 작가다. 지난 10년간 소설집 세 권과 중편 한 권, 장편 소설 두 권 등을 활발히 발표하며 젊은작가상 대상, 대산문학상 등을 받았다. 그래서 가끔씩은 집고양이보다 길고양이가 되는 상상을 한다. 그가 다른 세계로 떠나고 싶은 기분이 들 때 펼치는 책 다섯 권을 추천했다.
◇이 책은 꼭 : 깊은 바다, 프리다이버
놀랍게도 요즘 내가 절실하게 바라는 것 중 하나는 장시간 비행하는 것이다. 몸과 마음이 나가떨어지기 일보 직전일 즈음, 마침내 비행기 창문 밖으로 장난감 모형 같은 도시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할 때의 그 느낌, 아, 드디어 내가 다른 대륙으로 건너왔구나를 실감할 때의 그 묘한 두려움과 설렘이 그립다. 제임스 네스터의 ‘깊은 바다, 프리다이버'는 지상에서 바닷속으로 이동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산소통이 아니라, 온전히 자신의 숨에만 의지한 채 더 깊은 심해로 들어가고 싶어서 안달 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책을 통한 여행’이라는 말은 대부분 거짓말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책을 읽고 있으면 분명히 그런 순간이 온다.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심해와 이 책의 저자, 그리고 이 책을 읽고 있는 나 자신이 연결되어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 순간. 그 순간만큼은 나는 내 책상 앞에 있지만, 동시에 다른 곳에 있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