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는 어떻게 촉발되는가

캐스 R 선스타인 지음 | 박세연 옮김 | 열린책들 | 472쪽 | 2만2000원

1991년 미국의 변호사 애니타 힐은 자신의 옛 상사이자 대법관 후보인 클레런스 토머스의 성추행 사실을 폭로해 성추행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바꿔 놓았다. 2017년에 시작된 미투 운동 역시 앨리사 밀라노, 우마 서먼 같은 유명 배우들이 합류해 폭넓은 사회적 효과를 촉발했다. 1990년대 초 미국에서 젊은 흑인들의 흡연율 감소는 처벌 때문이 아니라 흡연의 사회적 의미가 ‘매력, 독립성, 저항’에서 ‘더러움, 어리석음’으로 바뀌었기 때문이었다.

때로는 사소해 보이는 혼란이 거대한 변화의 단초가 된다. 저자는 사람들의 선택권을 해치지 않으며 개입해 행동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는 방법을 제시한 책 ‘넛지’를 공저한 하버드 로스쿨 교수. 벌거벗은 임금님을 향해 ‘얼레리 꼴레리’를 외친 아이처럼, 사회적 변화의 나비효과라 부를 만한 사례들로부터 시작해 행동과학 분야의 연구 결과를 법률 및 정책과 연결시켜 설명해 나간다.

사회적 현상의 메커니즘을 더 깊이 이해하고 싶은 사람, 특히 정책 설계자들을 위한 행동심리학 가이드처럼 읽히는 책. 저자는 집단적 견해의 양극화, 당파주의 등에 휘둘리는 정책의 합리성을 확보하기 위한 대안으로 ‘투명성’과 ‘권한 위임’을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