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파선과 구경꾼

저자는 20세기 독일 철학에서 자신만의 ‘은유학’을 창시해 명성을 얻었다. 삶을 규정하는 은유의 변화를 통해 인간과 세계를 해석한다. 파스칼의 ‘우리는 이미 항해했다’는 말에서 세계의 단절을 읽는다. 그전의 인간은 난파당하는 배를 단단한 육지에서 관조할 수 있었지만, 이제 배에 승선해버렸다. 배는 난파할 운명이므로 철학 또한 그에 맞게 변주되어야 한다. 한스 블루멘베르크 지음, 조형준 옮김, 새물결, 2만3000원.

장벽의 시간

사람과 사람, 세계와 세계를 갈라놓은, 20세기에 만들어진 장벽 다섯 개를 소개한다. ‘냉전의 상징’ 베를린 장벽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이의 분리 장벽, 미국의 멕시코 국경 장벽, 한반도 비무장지대에 만들어진 철책 장벽, ‘보이지 않는’ 무역 장벽이다. 장벽을 세운 주체는 저마다 다르지만, 그 배경엔 미국과 소련, 영국, 독일, 중국 등 강대국의 이해와 역학 관계가 작용했다. 안석호 지음, 크레타, 1만7000원.

조규익 외 3명 지음, 민속원

보허자

고려·조선 궁중의 무대 예술인 보허자를 네 명의 전문가가 노래와 춤, 음악과 역사 관점에서 바라봤다. 보허(步虛)는 신선이 허공을 밟고 돌아다닌다는 뜻. 보허자는 복을 비는 도교의 재초의례에서 쓰인 음악을 말한다. 고려시대 중국 송나라에서 도입돼 조선까지 궁중과 지식인들의 사랑을 받았다. 연회에서 여인과 아이들이 공연했고, 문인들은 신선의 아름다움을 가사로 지었다. 조규익 외 3명 지음, 민속원, 3만2000원.

강원래·박성건 지음

The Dance : 한국 댄스뮤직 100년사

한국 댄스뮤직의 역사를 짚어본다. 초창기 한류를 이끈 그룹 클론의 강원래가 저자로 참여했다. 500여 장의 사진 자료도 풍성하다. 1950년대 탱고·맘보 열풍이 불면서 댄스가수가 비로소 가수 취급을 받았다. 1970·1980년대 전문 백업댄서의 시대를 거쳐 1990년대 ‘보는 음악’으로서 댄스뮤직이 꽃폈다. 새 시대를 연 주인공은 역시나 ‘서태지와 아이들’. 랩댄스로 가요계를 접수했다. 강원래·박성건 지음, 그래서음악, 3만원

가까운 사람이 자기애성 성격 장애일 때

자기애성 성격 장애를 겪는 사람은 자신을 우월하다고 생각한다. 입만 열면 자랑하고 권력을 뽐내며 남에게 독한 말을 서슴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이들에게서 상처받으면서도 쉽게 관계를 끊어내지 못하는 사람들. 정신분석학자가 어떻게 해야 환자를 돕고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지 알려준다. 환자가 길길이 날뛰거든 단호하게 “그만!”이라 외치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우도 라우흐플라이슈 지음, 장혜경 옮김, 심심, 1만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