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연한 봄날씨, 자연을 담은 책들이 독자를 찾고 있다. 과학 베스트셀러 6위에 오른 ‘새의 언어’(윌북)가 포문을 열다. 이어 ‘DK 동물’(사이언스북스), ‘풀꽃이 좋아지는 풀꽃책’(궁리), ‘물고기 박사가 들려주는 신기한 바다 이야기’(산지니), ‘별 헤는 밤을 위한 안내서’(EBS북스) 등 육·해·공 우주를 망라한다. 표정훈 출판 평론가는 “사회적 거리 두기 등으로 책을 통해 자연을 경험하려는 독자를 겨냥한 출판사들의 전략으로 보인다”며 “흘러가는 영상보다 정지된 컷이 더 세부적인 시각 정보를 주는 것이 매력”이라고 했다.

/Copyright © Dorling Kindersley Limited 그물유리개구리는 투명한 투과성 피부를 통해 호흡을 한다.

‘DK 동물’은 동물의 형태와 기능을 중심으로 책을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흔히 ‘사자’ ‘호랑이 ‘개구리’ 등 종별로 단순히 동물을 소개하고 사진을 붙이는 도감과는 다르다는 뜻이다. ‘촉수’ ‘외골격’ ‘날개’ ‘지느러미발’처럼 다양한 동물의 요소를 종을 넘나들며 설명한다.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모더니즘의 명제를 동물 도감으로 구성한 느낌이다. 초근접 사진, 현미경 사진, 고속촬영 사진, 세밀화를 오가면서 구글 검색으로는 찾아보기 어려운 시각적 신선함을 제공한다. 미국 스미스소니언과 영국 자연사 박물관 연구원들이 내용 감수와 사진 촬영을 도운 결과물이다.

/Copyright © Dorling Kindersley Limited 'DK 동물'(사이언스북스) 표지

‘풀꽃이 좋아지는 풀꽃책’은 가족 독자를 겨냥했다. 국내에서 찾아볼 수 있는 90여 가지 풀꽃을 도감 형태로 담았는데 부모와 아이가 함께 읽을 수 있도록 사진과 함께 간결한 정보만 배치했다. 김주희 궁리 편집자는 “코로나로 사람들이 가족 단위로 산책을 다니는 경우가 많다”며 “친한 사람들끼리 소소하게 일상에서 식물 탐구를 즐길 수 있도록 책을 구성했다”고 말했다.

/궁리 '풀꽃이 좋아지는 풀꽃책' 지면 구성.

50년간 새를 관찰해온 미국 새 ‘덕후’가 쓰고 200여 점의 세밀화를 그린 ‘새의 언어’는 도감 크기였던 판형을 일반 단행본으로 재구성해서 펴냈다. 문주영 윌북 편집자는 “국내 새 전문가 이원영 선생이 감수를 해 신뢰도가 높고, 저자의 극사실주의 세밀화도 호평받으며 독자들 반응이 기대보다 뜨겁다”고 했다. 이 책은 최근 재판을 찍었다.

/윌북 '새의 언어' 저자는 그간 관찰해온 새 200여종의 삽화를 직접 그렸다. 그림 속 새는 캘리포니아 덤불어치.

‘별 헤는 밤을 위한 안내서’는 기존에 우리가 알았던 별자리 그림이 직관적이지 않음을 겨냥했다. ‘큰곰자리’를 보면 전혀 곰의 형체가 보이지 않지만 각각의 별들을 조금 다른 방식으로 연결하면 곰이 나타남을 비교해 보여준다. 사진이 없는 흑백 별자리 지침서지만 실제로 하늘을 올려다보면 이전과는 다르게 별자리가 눈에 들어온다.

표정훈 평론가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특정 사물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정보를 얻기에는 종이책을 따를 수 없다”며 “특히 도감은 종이책이라는 물성을 통해 구현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준의 편집을 보여주기 때문에 시각적 쾌감도 크다”고 했다.

도감 형태는 아니지만, 한국에서 가장 접하기 쉬운 식물과 관련한 책 역시 꾸준히 나오고 있다. 특히 어디서든 만날 수 있는 잡초 관련 책이 한 달 사이 두 권이나 나왔다. ‘전략가, 잡초’(더숲)와 ‘식물학 수업’(키라)이다. 일본 식물학자 이나가키 히데히로가 쓴 잡초 책으로 두 권 모두 ‘싸우지 않고 살아남는 전략’ ‘싸울 장소는 좁히되 무기는 줄이지 않는다’ 같은 잡초의 생존 전략을 다뤘다. 김기중 더숲 대표는 “최근 출판 트렌드가 에세이 위주로 점점 더 말랑말랑해지고 있는데 여기에 지친 독자들이 교양 과학으로 관심을 확장시키는 추세도 보인다”고 했다.

/더숲 전략가, 잡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