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이철원

마스크 없던 학교 생활… 즐거웠던 기억 떠올려봐

어린이의 왕이 되겠습니다(사계절) / 오늘도 수줍은 차마니(문학과지성사)

어린이가 왕이 되고 국회를 만든다면 무엇부터 바꿀까? ‘어린이의 왕이 되겠습니다’(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지음·사계절)에서 열 살에 왕이 된 마치우시는 어린이들과 함께 개혁을 벌인다. 어린이에게도 소중한 물건이 많기 때문에 어른의 옷처럼 주머니가 많아야 하며, 초콜릿이나 인형이 아니라 다른 것을 선물받고 싶은 건 아닌지 스스로 말할 수 있어야 하고, 매일 나오는 신문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마치우시 왕의 개혁은 실패했지만, 갑갑한 코로나 시대에 어린이가 살기 좋은 나라는 어떤 곳인지 상상해보는 것만으로도 숨통이 트인다.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그림책이다.

김지은·아동문학평론가

“세상에 가득한 따분하고 지치는 일은 우리 어른들이 어떻게든 해결해볼 테니까, 여러분은 부디 매일 신나기를 바랍니다”라는 작가의 말처럼 ‘오늘도 수줍은 차마니’(강인송 글·문학과지성사)는 산뜻한 동화집이다. 잘 뛰지만 운동선수가 되고 싶지 않은 차마니, 꽃을 좋아하지만 손이 둔한 플로리스트 지망생 화영이의 진지하면서도 경쾌한 사연을 읽고 있으면 머지않아 웃고 달리고 뛰는 날들이 다시 시작될 거라는 예감이 든다. 마스크 없는 학교가 얼마나 재미있는 곳이었는지 기분 좋은 기억이 생생하게 떠오르는 이야기들이다.

우리 일상은 멈췄지만 네 마음만은 건강하길

걱정 마, 괜찮아! · 행복아, 반가워!(세트·명랑한책방) / 당연한 것들(웅진주니어)

‘걱정 마, 괜찮아!’(릴리 머레이 글)와 ‘행복아, 반가워!’(스테파니 클락슨 글) 세트는 ‘감정 워크북’이다. 아이 스스로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고, 기분을 어떤 식으로 표현하고 감싸줘야 하는지 알게 도와주는 책이다. 가끔 슬프고 화가 날 때, 차분히 그림으로 그려도 보고 글로도 표현해보며 나의 걱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연습을 해서 긍정적 감정을 찾을 수 있게 도와준다. 스트레스를 잘 극복할 수 있다면 마음이 단단하고 건강한 어린이로 성장할 수 있기에 아이들의 코로나 블루를 예방할 수 있는 책으로 추천한다.

김지은·교보문고 어린이도서MD

“당연히 끌어안고 당연히 사랑하던 날 다시 돌아올 거예요. 우리 힘껏 웃어요.” 뮤지션 이적이 지은 노래가 그림과 만나 아이부터 어른까지 읽을 수 있는 100세 그림책 ‘당연한 것들’(웅진주니어)로 탄생했다. 입학식과 졸업식, 꽃 축제, 물놀이…. 당연하게 모여 누렸던 기쁨의 순간들을 잠시 잊고 지내야 하는 지금, 이 책을 펼치는 순간 옛 추억의 앨범을 꺼내 읽는 듯한 행복한 느낌이 든다. 지금 너무 힘들지만, 당연하다고 느꼈던 행복하고 소중한 것들을 잊지 않고 기억한다면 잘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아이와 어른 모두가 마주 앉아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공해 없는 ‘랑랑별’처럼 지구별도 늘 튼튼했으면

랑랑별 때때롱(보리) / 내 이름을 불렀어(해와나무)

‘몽실언니’와 ‘강아지똥’의 권정생은 세상을 떠나면서도 이 땅의 아이들과 병들어가는 지구를 걱정했다. 그의 마지막 작품이 된 ‘랑랑별 때때롱’(보리)은 옛이야기 같은 판타지를 활용해 인간과 자연의 질서를 흥미롭게 펼쳐 보인다. 생명공학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하늘나라 ‘랑랑별’은 작가가 꿈꿔온 세상이고 그 별에 사는 사람들은 작가가 꿈꿔온 온전한 인간의 원형이다. 다툼이 없고 공해가 없는 랑랑별로 가기 위해 날개 달린 개, 흰둥이의 꼬리를 붙잡고 하늘로 오르는 새달이와 마달이, 소와 벌레, 물고기들의 모습은 신비롭기까지 하다. 우리의 옛이야기에 뿌리를 두면서 현대의 발전 지상주의를 비판하는 작가의 철학을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송재찬·동화작가

‘내 이름을 불렀어’(해와나무)는 이름만 들어도 미더운 작가 이금이의 작품이다. 반지하에 할머니와 둘이만 사는 동준에겐 할머니가 전부이면서 누구에게도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상처이기도 하다. 책은 혼자 남게 될지 모르는 공포와 외로움에 떠는 동준에게 이웃들이 어떻게 다가오며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작가 특유의 따뜻한 시선으로 보여준다. 코로나로 더 힘들어진 2021년. 외롭고 힘들게 사는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며 힘을 내고, 또 누군가의 힘이 되어주자.

“직접 안아주지 못해도 사랑을 전할 수 있단다”

꼭 안아주고 싶지만(비룡소) / 어둠을 치우는 사람들(노란상상)

2019년 여름, 런던의 서점을 여행하면서 ‘더 허그(The Hug)’라는 책을 샀다. 이 책의 한쪽 끝에는 고슴도치가, 다른 끝에는 거북이가 있다. 책의 양쪽 끝에서 두 주인공이 가운데를 향해 가다가 중앙에서 만나 서로 꼭 안아주는 그림책이다. 몇 달 후 한국에서도 ‘꼬옥 안아줘!’라는 제목으로 출간됐다. 이듬해 코로나로 상황이 급작스럽게 변했고, 이번엔 같은 저자가 ‘꼭 안아주고 싶지만’(오언 매크로플린 글·비룡소)이라는 그림책으로 돌아왔다. 꼬옥 안아주고 싶지만 거리 두기로 떨어져 있어야 하는 우리. 어떻게 마음을 전하면 좋을까? 직접 안아주지 못해도 사랑을 전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사랑스럽게 담겨 있다.

이현아·서울 개일초 교사

코로나로 배달과 택배가 급증하며 쓰레기가 하루 8톤가량 늘었다고 한다. 우리가 버린 쓰레기는 어디로 갔을까?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쓰레기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늘도 더럽고, 냄새나고, 불쾌했던 어둠은 우리가 모두 가져갑니다.” 우리의 환한 아침은 매일 어둠 속에서 쓰레기를 치우는 누군가의 노동과 연결돼 있다. 매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쓰는 수고로운 손길을 잊지 않도록, ‘어둠을 치우는 사람들’(박보람 지음·노란상상)을 펼쳐 놓고 글과 그림 사이에 가만히 머물러 보자.

놀이동산 꿈꾸는 너에게 그림책 동물원 선물할게

진짜가 나타났다(보림) / 정치가 소피아의 놀라운 도전(천개의바람)

어린이날 하면 동물원과 놀이동산! 하지만 코로나 때문에 동네 산책도 마음 놓고 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그림책 동물원을 선물하고 싶다. ‘진짜가 나타났다’(소피 헨 지음·보림)는 책이 좀 크다. 가로 세로 모두 30㎝. 하긴 동물의 신체 부위를 실제 크기대로 보여주려면 이 정도는 돼야 한다. 크앙! 떡 벌린 호랑이 입만 그려도 그 큰 책에 꽉 찬다. 기린은 꺼먼 혀를, 대왕오징어는 눈동자를 보여준다. 북극곰의 진짜 크기 발바닥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것도 재밌다. 어른들이 읽어 주기에도 편하다. 아이와 한마음이 돼 감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아~ 우아~ 진짜 이렇게 생겼어?” 웃음과 감탄이 절로 나온다.

전은주·그림책 잡지 '라키비움J' 발행인

도서관 가기도 마땅찮아 읽은 책을 읽고 또 읽는 요즘, 똑같은 그림책도 읽을 때마다 다르고 사람마다 다른 감동을 준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정치가 소피아의 놀라운 도전’(안드레아 비티 지음·천개의바람) 역시 아이와 어른에게 각각 감동을 준다. 공동체를 위해 꿈꾸고 실천하는 사람. 우리 아이도 소피아처럼 자란다면 얼마나 좋을까? 책엔 내가 닮고 싶은 사람도 있다. 말만 늘어놓고 쏙 빠져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아이가 밤잠 이루지 못할 때, 격려하고 함께하는 소피아의 할아버지! 나도 그런 어른이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