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시카와 미와 지음 | 이지수 옮김 | 마음산책 | 192쪽 | 1만4000원

“한창 시합이 진행되는 도중에 가끔 내 이름이 불리면 솔직히 좀 우울했다. ‘모처럼 잘 보고 있었는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일본 영화감독이자 소설가인 저자는 어린 시절 배구부와 농구부에서 활동했지만 늘 벤치 신세를 면하지 못했다. 그런데 그런 우울한 현실에서 좌절하기보다는 ‘오히려 잘하는 사람들을 가만히 바라보며 이러쿵저러쿵 중얼대는 데 익숙해졌다’며 ‘지금의 영화감독이란 직업과도 일맥상통하는 게 아닐까’라고 말한다.

아마추어로서 스포츠 경기를 바라보는 ‘관전자(觀戰者)’ 시점의 이 산문집 속 문장들은 깔끔하면서도 기발하며 깊은 사유의 경지를 보여준다. 스포츠의 감동적 드라마에서 기후 위기와 국제 분쟁으로 생각을 뻗고, “혹시 이건 인생인가?”란 섬광 같은 깨달음을 얻는다. “어느 인생이든 그저 넘어지지 않고 1미터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얼마나 기적의 연속 끝에 있는 일인지를 서서히 실감하기 시작한다”는 문장에 가식은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