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조용한 침공|클라이브 해밀턴 지음|김희주 옮김|세종서적|500쪽|2만2000원

중국의 영토분쟁|테일러 프레이블 지음|장성준 옮김|김앤김북스|544쪽|2만원

중국은 세계 지배를 꿈꾸는가. 그렇다는 책 ‘중국의 조용한 침공'과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책 ‘중국의 영토분쟁' 두 신간이 나왔다. 진실은 다소 음모론적인 전자와 일견 순진해 보이는 후자 사이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미·중 무역 분쟁에 가렸지만 호주도 지난해부터 중국과 본격적인 무역 분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은 호주 보리와 와인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고, 일시적으로 호주산 쇠고기 수입을 중단했다. 바닷가재 수입도 막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호주가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최초 발생한 코로나 기원에 대해 국제 조사를 하자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전체 수출의 40%를 중국에 의존하는 호주가 일종의 호주판 ‘사드 보복’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호주는 물러서지 않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일본·인도·호주 4국의 첫 ‘쿼드’ 정상회담까지 열었다. 경제를 무기로 삼아 자국을 압박하는 중국에 맞서고 있다.

호주는 원래 중국에 맞서는 나라가 아니었다. 호주의 유화적인 대(對)중국 정책 기조를 바꾼 계기 중 하나가 이 책 ‘중국의 조용한 침공’이다. 영국 서식스대 경제학 박사 출신인 호주의 중국 전문가 클라이브 해밀턴 교수는 책에서 중국 공산당이 30여 년간 조직적으로 영향력 확장 전략을 추구해왔다고 주장한다. 2017년 중국의 항의가 두려워 처음 책을 내기로 했던 호주 출판사는 계약을 파기했다. 곡절 끝에 다른 출판사에서 책을 펴낸 그는 이렇게 말한다. “호주가 부활한 중화의 조공국이 되리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당시 호주는 홍콩 독립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대학생이 학교에서 정학 처분을 받고, 중국 정치인이 “13~14세기 원나라 시대의 탐험가가 호주를 발견했다”고 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나라였다.

그는 호주 정·재계는 물론 학계까지 파고든 ‘차이나 머니’를 추적한다. 중국의 자오상쥐그룹은 2014년 군사기지가 인접한 호주의 석탄 수출항 뉴캐슬의 항만공사를 인수했다. 2016년 뉴사우스웨일스주 신축 주택의 20%, 빅토리아주 신규 주택의 13%를 중국인이 구매했다. 호주에서 활동하는 중국 출신 기업가들은 정계의 큰손이 돼 주요 정치인들에게 거액의 기부금을 아낌없이 뿌리며 ‘중국의 친구’를 만들었다고 지적한다. 그는 호크 전 총리에 대해 “10년 넘는 세월 동안 중국 기업의 계약 체결을 돕는 일에 집중해 2000년대 중반 재산이 5000만 호주달러(약 430억원)에 달하는 부자가 됐다”고 꼬집는다.

개띠 해였던 2018년 음력 설,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앞에 중국 춘절을 기념하는 개 조형물이 세워졌다. 중국의 침투를 상징하는 장면이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중국은 동북공정을 떠올리게 하는 역사 왜곡도 서슴지 않는다. 중국 출신 호주 기업인 차우착윙은 ‘호주제국군의 인종 다양성’ 연구를 위해 돈을 기부했다. 그 돈을 받아 나온 책은 첫 문장에서 이런 주장을 한다. “1788년 첫 번째 죄수 이민 선단에 중국인들도 포함돼 있었다.” 저자는 “이민 선단에 중국인은 없었다”며 “터무니없는 주장을 빌미로 중국이 장차 (호주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할지 모른다는 상상도 망상은 아닐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중국은 평화적이며 영토 야욕이 없다는 주장도 계속해서 나온다. 테일러 프레이블 MIT 정치학과 교수가 쓴 ‘중국의 영토분쟁’은 1949년 중국 건국 이래 2008년까지 약 60년에 달하는 영토 분쟁사를 국제정치학적으로 분석한 책이다. 중국은 이 시기 23건의 영토 분쟁 중 17건을 타협을 통해 해결했다. 티베트와 관련해서는 완충지대 확보를 위해 영토를 양보하기도 했다. 무력 도발은 대만과 남중국해 등 중국이 과거 자기 땅이라고 생각하는 지역에 국한해 있었다.

영토 분쟁이 대부분 평화적으로 해결됐다고 안심할 수 있을까. 저자는 새로 쓴 한국어판 서문에서 “중국은 국력이 모든 측면에서 과거보다 강해지면서 더 심각한 마찰과 갈등도 감당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강해진 중국은 미국·호주·한국 등을 경제적으로 압박하면서 경제적 진공(進攻)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지점에서 해밀턴 교수는 “‘경제 협박’을 통해 중국에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국가에 정치적 양보를 받아낸다”고 지적한다. 우리도 겪어봐서 아는 이야기다. 결국 두 책은 중국의 야욕은 영토 분쟁보다 경제와 문화 영역에서 두드러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 중국이 더 상대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도 일치한다.

해밀턴 교수는 한국어판 서문에 “호주 정부는 베이징(중국공산당)의 괴롭힘에 맞섰지만, 한국의 정치 지도층은 지레 겁을 먹고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나약한 태도를 유지한다”고 썼다. 먹고살아야 하니 실리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겠지만 그는 책에서 각성을 촉구한다. “‘중국이 우리(호주의) 운명이다'라는 믿음은 사실 중국 덕분에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과 기업들이 과장하고 언론이 퍼뜨린 것이다. 우리는 스스로 선택할 때만 중화 세계에 살게 될 것이다.” 한국은 언제까지 선택을 미룰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