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조

영화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에서 21살 대학생 키누와 무기는 사랑에 빠져 동거를 시작한다. 그들은 같은 소설을 읽고, 같은 만화를 보고, 같은 음악을 듣는다. 운명적인 사랑이다. 일러스트레이터를 꿈꾸던 무기는 사랑을 지키기 위해 취업한다. 야근이 잦고 토요일 지방 출장도 가야 한다. 그림과 멀어지고 사랑과는 더 멀어진다. 키누는 그런 무기를 안타까워하다 결국은 헤어진다.

덴마크 철학자 모르텐 알베크의 책 ‘삶으로서의 일’(김영사)의 영어 제목은 ‘One Life’다. 누구에게나 인생은 ‘한 번 사는 것’이다. 한 번 사는 삶에서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 것일까. 나는 인간은 행복을 위해서 살아서는 곤란하고 의미를 위해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인데 그도 같은 주장을 한다. 그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아버지의 죽음이었다. 슬픔에 빠져 상실감 속에 눈물을 흘리는 장례식장에서 알베크는 고마움, 존엄함, 희망, 열의와 감사를 포괄한 하나의 느낌을 깨닫게 된다. 바로 ‘의미 있다’라는 감정이다.

만족과 행복과 ‘삶의 의미를 느끼는 것’ 사이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만족스럽고 행복한 가운데에서도 의미를 찾지 못했다면 삶은 완성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삶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사람들은 직장 생활과 직장 외 생활을 철저하게 분리한 후 직장 밖에서 의미를 찾으려고 한다. ‘워라밸’을 통해 삶과 일을 분리시켜 균형을 잡을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직장에서 기분이 좋지 않은데 직장 밖에서 기분이 좋기란 몹시 어렵다. 직장에서 의미를 찾지 못하면서 삶에서 의미를 찾는 건 불가능하다.

김동조 글 쓰는 트레이더

일을 삶에서 분리하는 것이 아니라 일이 삶의 일부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알베크는 주장한다. 알베크가 무기였다면 그는 일러스트레이터의 꿈을 이루기 위해 더 노력했을 것이다. 꿈을 접고 취업을 해야만 했다면 자신을 받아주는 회사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키누가 그랬듯이, 돈을 적게 받더라도 의미를 찾을 수 있는 회사를 선택했을 것이다. 그런 회사를 찾지 못했다면 회사를 바꾸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다. 회사를 바꿀 수 없다면 과감하게 그만두었을 것이다. 힘든 얘기로 들리는가. 맞는다. 사랑을 지키고 삶의 의미를 찾는 일이 쉬울 리가. 알베크는 이렇게 적었다. “우리는 절대로 희생자가 되지 말아야 한다. 노예가 되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자유롭다.” 김동조, 글 쓰는 트레이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