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 말 나온 책 <엄마가 들려주는 이승만 건국 대통령 이야기>는 네 가지 측면에서 독특하다. 먼저 저자가 대학교수나 전문 연구자가 아닌 두 명의 자녀(대학생, 고교생)를 키우는 가정주부이다. 출간 1년 1개월여만에 우파(右派) 서적으로 드물게 5쇄를 찍어 1만1000여부나 팔렸다.

또 이승만 대통령을 독재자로 굳게 믿고 있던 출판사 대표의 생각을 180도로 바꾸는 ‘회심(回心·마음을 돌이켜 먹음)’의 기적을 낳았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공간에서 일반 시민들 상대로 공모하는 크라우드(crowd) 펀딩 기법으로 출판 비용을 마련했다.

자녀 두 명을 키우는 평범한 가정주부 정현채 씨가 쓴 이승만 대통령 일대기. 사진과 삽화, 용어 설명 등이 많아 읽기 쉽고 유익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보담 제공

◇“부모세대에도 자신있게 추천하는 책”

전문가들의 이 책에 대한 반응도 호평(好評) 일색이다.

“자녀가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사람으로 자라주기를 원하는 부모라면, 이 책을 꼭 읽게 하라고 권하고 싶다. 성인이 된 내 아이들에게도 이 책을 읽게 할 것이다”(전미란 공주대 교수), “학생들 뿐 아니라 부모 세대에게도 이 책을 자신있게 추천한다.”(이인호 서울대 서양사학과 명예교수)....

이달 9일 낮 저자인 정현채씨와 도서출판 ‘보담’의 김샛별(33) 대표를 서울 광화문 주변에서 만났다. (※정 씨는 개인 생활 보호를 이유로 정면 사진촬영을 고사했다.)

<엄마가 들려주는 이승만 건국 대통령 이야기>의 저자인 정현채씨(사진 오른쪽)와 김샛별 도서출판 보담 대표/송의달 기자

- 보통 시민이 이승만 대통령 책을 쓴 배경이 궁금하다.

“2015년, 중학교 2년과 초등 4학년이던 두 딸이 역사 공부를 시작할 무렵 지역도서관에 갔었다. 그곳에 있는 많은 역사 책들의 99%는 좌파 성향 일색이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이들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인(否認)하고 북한 주체사상은 교묘하게 미화하고 있었다. 이승만과 박정희 대통령의 공로 조차 부정하고 있었다.”

◇“처음엔 책 불가능해 보였지만 뜻 품으니 길 열려”

정씨는 “기적과도 같은 대한민국 건국 역사를 누군가가 써 주기를 3년이나 기다렸는데 아무런 움직임이 없어 ‘나라도 한 번 써보자’며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건국 대통령인 이승만(왼쪽)과 한국 경제 발전을 이끈 박정희 대통령/조선일보DB

- 과거에 한 번이라도 책을 낸 적이 있나?

“전혀 없다. 대학 시절(80년대 후반 학번) 운동권 논리에 동조했으나 결혼 후 전업 주부로서 두 아이를 쭉 키워왔다. 책 쓰는 게 처음엔 불가능해 보였다. 그러나 ‘뜻’을 품으니 ‘길’이 열리더라.”

1년간 작업한 정 씨는 2019년 8월 초고(草稿)를 들고 수소문 끝에 같은 기독교 신자인 김샛별 대표를 만나 출판을 의뢰했다. 그러나 미술 디자인 전공자인 김 대표는 한국현대사에 관심이 없었을 뿐 더러 이승만을 혐오하고 있었다. 김샛별 대표의 말이다.

◇“독재자로 생각...원고 다 읽고서는 펑펑 눈물 쏟아”

“무조건 ‘이승만은 독재자’라고 일말의 의심도 없이 믿고 있었다. 단지 출판을 거절할 핑계를 찾으려 했을 뿐이다. 이승만 원고를 만진다는 것 자체가 창피해 사무실 밖으로 나가 비상구 계단에 가서 봤다. 그런데 원고를 다 읽는 순간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이런 위대한 건국대통령을 내가 모르고 있었던 게 너무 죄송스러웠다. ‘책을 꼭 잘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이 절로 들었다.”

1965년 7월 27일, 이승만 대통령 장례식 모습. 영결식이 열린 서울 중구 정동제일교회에서 남대문과 제1한강교를 지나 동작동 국립묘지까지 100만명의 시민들이 거리에 나와 고인을 애도했다./공보처

그는 “모국(母國)인 대한민국의 근원 조차 몰랐던 내가 부끄러웠고 더 이상 ‘헬조선’이라는 말을 쓰지 않기로 결심했다”며 “그해 9월부터 10개월간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 ‘크라우드 펀딩’은 어땠나?

“2019년 11월부터 인터넷을 통해 알렸는데 4개월 동안 200여분이 2만원부터 100만원까지 십시일반(十匙一飯)으로 후원해 주셨다. 놀랐고 감사한 일이다. 이런 책에 목말라 하는 국민들이 많음을 확인했다.”

2019년 7월 18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에서 '미안하다 청년들아'를 주제로 열린 이승만 서거 54주년 추모 세미나./연합뉴스

◇200여명 십시일반으로 참여...‘청소년 도서 1위’ 올라

- 힘들거나 어려웠던 점은?

“정부의 ‘e영상역사관’ 홈페이지에서 이승만 대통령 사진자료를 사용하려 했다. 그런데 그의 긍정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사진들은 ‘상업적 이용 금지’ 표시가 붙어 있었다. 반대로 부정적인 사진들은 ‘자유 다운로드’ 표시가 돼 있더라. 정부가 자료 이용을 선별·제한하고 있는 듯 했다.”

“진짜 순수한 마음에서 이승만 대통령의 생각과 한 일들을 정리하고자 했다. 사진과 삽화, 용어 설명, 연표 등을 많이 넣어 일반인들도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도록 했다.” 시장에서 독자들의 반응도 좋아 이 책은 작년 7월 교보문고의 청소년 국내도서 부문 판매 1위에 올랐다.

2020년 7월 둘째주 교보문고 판매 순위/모바일 캡쳐

◇“공부할수록 이승만의 위대함 깨달아”

저자 정현채 씨에게 물었다.

- 책을 쓰면서 특별히 느낀 점이 있다면?

“이승만 대통령의 선견지명(先見之明)이 아니었다면 대한민국이 지금처럼 자유와 번영을 누리는 자유민주주의 공화국으로 세워질 수 없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승만을 공부할수록 그가 미래 통찰과 예지를 지닌 지도자이자 존경받아 마땅한 국부(國父)임을 깨닫게 됐다.”

- 좌편향된 현대사책이 99%라고 했는데, 실제로 그런가?

“그렇다. 좌파는 1980년대 중반부터 교사 모임 등 수많은 연구회를 만들어 치밀하게 움직여 역사학계를 장악했다. 왜곡된 역사를 설파하는 악의(惡意)적인 ‘백년전쟁’ 다큐멘터리 조회수가 248만회인 반면, 이승만 대통령 동영상 조회수는 기껏 수 천회 정도다. 충격적인 건 특히 현직 교사들 가운데 좌편향 성향이 많다는 사실이다.”

민족문제연구소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백년전쟁'. 이승만을 민족 반역자로 묘사하고 있다. 조회수가 248만회에 달한다./유튜브 캡쳐
이승만 대통령의 육성 연설을 담고 있는 유튜브 동영상들. 이승만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나 대부분 조회 수 1만회를 밑돈다./유튜브 캡쳐

◇“현대사 책 99%는 좌편향...‘자유 대한민국’ 계속 돼야”

정 씨는 “몇 년전 서울대 역사교육학과 학생을 만났는데 좌편향적이지 않은 교수가 없어 대학원 공부를 포기했다고 하더라”며 “대한민국 체제를 부정(否定)하는 신영복 같은 사람들이 쓴 책은 ‘청소년 권장도서’ 목록에 꽤많이 들어가 있다. 대한민국 건국 역사를 제대로 알려주는 제 책이 꼭 권장도서 목록에 올랐으면 한다”고 했다.

- 앞으로 꿈이라면?

“99개의 비슷한 목소리 가운데 1개의 색다른 목소리를 내는데 꽤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자신이 원하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자유 대한민국’에서 계속 살아가는 게 나의 소박한 꿈이다. 이 책을 통해 ‘대한민국은 자랑스런 나라’임을 가슴에 새기는 사람들이 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