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아람 Books 팀장

‘추석이 내일 모레 기둘리니/바람이 자지어서 걱정이리/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오매 단풍 들것네.”'

추석을 며칠 앞두고 김영랑의 시 ‘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를 오래간만에 읽어 보았습니다. 장독대에 붉은 감잎이 날아오르는 걸 본 누이는 저도 모르게 “오매 단풍 들것네” 감탄을 내뱉지만, 이내 코앞으로 다가온 추석 준비가 걱정이 됩니다. 누이의 걱정을 잠시라도 덜어주고 싶은 시 속 화자는 “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 외치며 주의를 딴 곳으로 돌리지요.

이번 추석, 어떻게들 지내십니까? 고향에 내려가자니 가족들에게 코로나 옮길까 걱정, 그렇다고 가족 모임을 건너뛰자니 하루가 다르게 늙어가는 부모님이 적적하실까 걱정…. 이래도 저래도 걱정을 비켜갈 수 없는 코로나 시대의 추석,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옛말이 무색해지네요.

“가을[秋]이란 글자 아래 마음[心]을 붙여 근심[수·愁]이라 읽은 사람이 누군지는 몰라도 용케 잘 생각해냈지 싶다. 정말로 근심 어린 사람은 계절 변화에 민감하다. 그중에서도 가을 기운이 불어오는 것을 남보다 더 절실히 느낀다.”

일본 유명 작가들의 계절 감상기를 엮은 책 ‘작가의 계절’(정은문고)을 넘기다 이 구절을 옮겨 적었습니다. 소설가 오다 사쿠노스케의 산문 ‘가을 달무리’의 첫머리입니다. 가을이란 원래 근심과 연관이 깊은 계절인가 보다, 생각하면 우울한 명절 분위기가 조금은 위로가 되려나요? 밤샘하는 버릇이 있어 1년 365일 새벽의 얼굴을 다 알고 있다는 오다는 “새벽이 아름다운 시기는 역시 가을, 특히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무렵 새벽이리라”고 말합니다. 애상적인 아름다움을 자아내는 새벽의 계절, 무엇보다도 건강한 한가위 보내시길 빕니다. 곽아람 Books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