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바꾸는 새|티모시 비틀리 지음|김숲 옮김|원더박스|336쪽|1만8000원
철새에겐 이망증(移望症)이란 증세가 있다. 제때 이동하지 못하면 보이는 불안 증세. 새장 안에서 죽을 힘 다해 날아올라 머리에 피가 철철 나기도 한다. 이 강력한 본능도 인간 이기심 앞엔 무릎 꿇었다. 도심의 휘황한 불빛 때문에 방향 잃거나 유리 건물에 부딪혀 죽는 철새가 많다. 미국에서만 한 해 유리창 충돌로 1억마리 정도가 죽는다고 한다.
친환경 도시 계획 전문가인 저자는 새의 시선에서 도시의 생태계 파괴를 다룬다. 새는 날아다니는 시인이자 자연으로 인도하는 사절단이지만 환경 변화에 취약하다. 코넬대 연구 결과, 1970년대 이후 전체 개체 수의 30%가 사라졌다. 새의 안위가 그 도시의 생태 풍향계가 됐다. 주요 도시가 앞다퉈 ‘버드 시티’를 지향하며 각종 정책을 내놓는다.
새 입장이 되면 세상이 달리 보인다. 투명 유리 상자 같은 디자인으로 찬사받은 시카고 애플 스토어는 새들의 무덤, 첨단 기기 드론은 영역 침범자다. 책장을 넘기며 깨닫는다. 인간만이 유일한 지구 세입자가 아니란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