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출간된 책 ‘나는 피해호소인이 아닙니다’/출판사 천년의상상

“박원순 시장은 내실에서 둘만 있을 때 소원을 들어달라며 안아달라고 부탁을 하고, 성행위를 적나라하게 묘사하는 문자를 보냈고, 런닝셔츠 차림의 사진을 보내면서 나한테도 손톱 사진이나 잠옷 입은 사진을 보내달라고 했다. 누가봐도 끔찍하고 역겨운 문자를 수도 없이 보냈다”

출판사 천년의 상상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의 피해자 김잔디(가명)씨의 이 같은 목소리가 담긴 책 ‘나는 피해호소인이 아닙니다’를 출간했다고 20일 밝혔다.

‘나는 피해호소인이 아닙니다’는 김씨가 입은 피해 내용과 고소에 이르게 된 과정, 박 전 시장 사망 이후 이어진 2차 가해와 그로 인한 상처를 극복한 과정 등 생존의 기록을 담은 책이다.

김씨는 이 책에서 지난 2020년 4월 회식자리에서 동료에게 성폭행을 당한 이후 조직 내에서 합의를 종용하는 등의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밝힌다.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을 받는 과정에서 박 전 시장으로부터 받은 성적 괴롭힘으로 인한 트라우마가 있음을 깨달았다며, 사법 절차를 밟기로 결심한 계기를 밝힌다.

당시 상황에 대해 김씨는 “오랜 시간 지속된 박원순 시장의 성적 괴롭힘으로 인한 트라우마가 성폭행 사건으로 곪아 터진 것이었다”며 “나는 죽고 싶었지만, 죽기를 결심했기에 그 죽을 각오로, 죽을 때까지는 내가 할 수 있는 한 내가 입었던 피해에 대해 바로 잡아야 죽는 순간에라도 마음이 놓일 것 같았다. 그와 나의 사회적 위치를 고려했을 때 법 앞의 평등이라는 원칙 아래 나의 안전이 보호받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사법 절차뿐이라고 생각했고 고소를 결심했다”고 한다.

김씨는 박 전 시장 사망 이후 ‘피해호소인’으로 불리는 등 지속적인 2차 가해를 겪은 고통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그는 “모두 이성을 잃은 것 같았다. 사실을 사실로 받아들이지 않고 믿고 싶은 대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들과 싸우는 일은 너무나 힘겨웠다. 나를 공격하는 사람들의 중심에는 내가 평소에 존경하고 따르던 사람들이 있었다”고 호소했다.

김씨는 자신이 서울시장 비서로 일하게 된 경위와 4년간 박 전 시장의 비서로 근무하며 수행한 업무, 2017년 상반기부터 시작된 박 전 시장의 부적절한 연락 등 구체적 피해 내용을 밝힌다.

김씨는 서울시청에 복귀해 공무원으로서의 소임을 수행하고 있다며 “나를 사랑하고, 응원하는 사람들 덕분에 내가 오늘 이 자리에 살아 있음에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전한다.

출판사는 “이 책은 이념적 지형에 따라 적대적으로 갈린 양대 정치 집단의 이해관계에 어떤 식으로든 사용되거나 복무되는 것을 거부한다”며 “2022년 현재를 살아가는 한국 사회의 전 구성원에게 우리가 지키고 마땅히 가꿔나가야 할 공동체의 정의와 윤리적 가능성을 묻는 불편하지만 피해서는 안 될 유효한 질의서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