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도는 인간에게 제법 친숙한 새다. 이름이 재미있고, 생김새가 우스꽝스럽고, 사람을 좋아하는 습성에도 호감이 간다. 대중문화에서도 종종 언급된다. 하지만 나는 살아 있는 도도를 본 적이 없고, 이 글의 독자도 마찬가지다. 아프리카 남동부 모리셔스에 살던 이 새는 17세기에 멸종했다. 제대로 된 박제도 남아 있지 않다.

데이비드 쾀멘의 ‘도도의 노래’(김영사)는 도도의 멸종 과정과 원인을 자세히 다루지만, 그 이야기만 하지는 않는다. 다윈과 함께 진화론을 창시한 앨프리드 러셀 월리스의 행적을 쫓고, 태즈메이니아 원주민의 비극적 역사를 서술한다. 화산 폭발로 거의 모든 생물이 죽은 아낙크라카타우섬을 탐험하고, 카누를 타고 바다를 건너 극락조를 찾아간다.

이렇게만 소개하면 여러 소재를 뒤죽박죽 산만하게 다루는 책 아닐까 의심할 수도 있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이 884쪽짜리 논픽션에 나오는 다양한 현장과 인물, 동식물, 그리고 과학 이론은 생태학의 한 갈래인 ‘섬 생물지리학’으로 초점이 모이는데, 그 과정이 굉장히 매끄러워서 신기하다는 기분마저 들 정도다. 저자의 문장도 매우 유려하거니와, 메시지를 쌓아 올리는 책의 기본 설계부터 무척 정교하고 치밀하다.

생물과 지리의 관계에서 섬이라는 장소는 왜 중요할까. 책의 한 문장을 옮긴다. ‘섬은 종들이 멸종해가는 곳이다.’(356쪽) 같은 면적이라도 대륙보다 섬에서 종들은 쉽게 사라진다. 고립된 생태계는 충격에 취약하다. 이런 깨달음은 과연 섬처럼 격리된 작은 자연보호구역이 생물 다양성 보전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진다.

북스

딱딱하게 가르치려 들지 않는데도 책장을 넘기다 보면 생태계의 복잡성과 섬세함을 자연스럽게 공부하게 된다. 그러면서 우리가 진 과제의 무게도 새삼 실감하게 된다. 파괴하기는 이토록 쉬운데 제대로 지키기는 어쩌면 그리 어려운가. 그럼에도 저자의 어조는 공격적이거나 절망스럽지 않고, 글은 품위와 유머를 잃지 않는다. 슬프고 아름다우면서 동시에 지적이고, 모험소설 같은 현장감과 흥분을 전하는 기묘한 매력의 책이다. 장강명·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