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은 어떻게 슬퍼하는가
바버라 J 킹 지음 | 정아영 옮김 | 서해문집 | 348쪽 | 1만7000원
버려진 개나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의 눈동자에서 사람은 슬픔을 읽는다. 그건 정말 ‘슬픔’일까. 의인화된 감정을 동물에 덮어씌워 멋대로 해석하려는 인간의 오만은 아닐까. 감정은 과학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체온·맥박·호흡·호르몬 수치의 변화 같은 것으론 사람이 느끼는 슬픔의 질량을 드러내지 못한다.
저자는 인류학자이자 동물 애호가. 동물도 인간처럼 슬퍼한다고 강변하는 대신 모든 동물은 각자 방식으로 슬픔을 느낀다는 사실을 구체적 사례를 들어 이야기한다. 오리건주 농장의 코끼리 시시는 친구 티나의 무덤 위에 아끼던 타이어를 올려 두었고, 토끼 빈센트는 친구 루시가 죽은 뒤 친구의 자리에 가만히 앉아 먹기를 거부했다. 카나리아 해변의 돌고래들은 죽은 아기 돌고래 시체를 데리고 헤엄친다. 고양이, 닭, 거북이, 소, 염소, 돼지도 슬퍼한다.
유색 인종 노예는 감정 없는 동물이라 여기던 시대도 있었다. 슬픔의 정의 역시 시간이 흐르며 변해갈 것이다. 서정적 문체 덕에 금세 몰입해 읽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