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평론가 이용재는 한국 음식 출판·번역계에 풍성함을 더한 작가이자 번역가다. 현지와 동떨어진 한국 서양식 문화를 통렬하게 비판한 ‘외식의 품격’을 시작으로 꼭 필요한 조리도구를 설명하는 ‘조리도구의 세계’, 음악과 음식을 연결한 에세이 ‘식탁에서 듣는 음악’ 등을 펴냈다. ‘실버 스푼’ ‘식탁의 기쁨’ ‘패밀리 밀’ 등 외국 음식 관련 책도 도맡아 번역해오고 있다. 건축 전공자인 그는 체계적으로 음식에 접근한다. 그 결과 미식은 지적 유희가 된다.
책을 추천해달라는 질문에 그는 음식을 주요 소재로 한 소설 리스트를 건넸다.
제목 | 저자 | 출판사 |
이세린 가이드 | 김정연 | 코난북스 |
아이는 왜 폴렌타 속에서 끓는가 | 아글라야 페터라니 | 워크룸프레스 |
초콜릿 전쟁 | 오이시 마코토 | 책내음 |
루쉰 소설 전집(단편 ‘약’) | 루쉰 | 을유문화사 |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 라우라 에스키벨 | 민음사 |
만화책이 아니다, ‘그래픽 노블(graphic novel)’이다. 그래서 김정연의 최근 작을 소설 ‘맛집’ 5권에 포함했다. 음식이 유난히 두드러지는 소설 말이다. 사실 그런 소설이야 널린 게 현실이지만 ‘이세린 가이드’의 입지는 독특하다. 그래픽 노벨이기도 하지만 서사를 이끌어 가는 수단으로서 음식이 실제가 아닌 모형이기 때문이다.
주인공인 이세린(맛집 가이드 ‘미쉐린’에서 차용한 이름이다)은 음식 모형 제작 전문가이다. 진짜 음식이 아닌 모형을 선택함으로써 ‘이세린 가이드’는 오히려 피상적인 맛 이야기라는 함정을 피하고 좀 더 내실 있게 삶의 맛을 탐구한다. 가짜를 선택했더니 진짜가 딸려오는 아이러니, 그것이 책 전반을 관통하는 특유의 맛이다. 능력 없는 아버지, 남아 선호사상을 통해 반사적으로 드러나는 여성 서사도 의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