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만든 음악가들|로르 도트리슈 지음|이세진 옮김|프란츠|296쪽|1만7800원
소련 작곡가 쇼스타코비치(1906~1975)는 스탈린의 핍박을 두 번이나 받고도 살아남았다. 1936년 오페라 공연 직후에는 “음악이 아니라 혼돈”이라는 당 기관지 프라우다의 비판을 받았고, 1948년에는 ‘형식주의자’로 내몰렸다. 목숨은 부지했지만 그보다 더한 치욕이 기다렸다.
이듬해 미국 뉴욕에서 열린 세계 평화 대회에 소련 대표로 참석하라는 명령이었다. 당국의 비판을 받았던 작곡가가 공산 체제의 대변자 노릇을 하게 된 것이다. ‘제국주의적 자본주의’ 작곡가들에 대한 질문을 받고 그는 이렇게 답했다. “프라우다의 입장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프랑스 언론인이 정치와 음악을 주제로 쓴 에세이집이다. ‘태양왕’ 루이 14세의 심복이었던 륄리부터 나치에 비굴하게 타협했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까지 작곡가 13명의 사례를 담았다. 과도한 정치적 해석이 있고 프랑스 비중이 높은 편이지만, 유머와 재치가 빛나는 구절이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