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작가정신

달을 지키는 곰

조시엔카 지음·그림 | 서남희 옮김 | 어린이 작가정신 | 40쪽 | 1만4000원

하얀 곰 에밀에게 친구들이 임무를 맡겼다. 어두운 밤에 주로 활동하는 동물 친구들에겐 정말 중요한 임무, 바로 ‘달님 지키기’!

멈춰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곰곰이 바라봐야 아름다운 것들도 있다. 달님은 밤이면 당연히 떠올라 세상을 비춰주는 거라 생각했는데, 실은 동물들이 순번을 정해 돌아가며 지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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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를 털어줄 깃털, 반짝 반짝 닦아줄 때 쓸 물을 담은 병, 손전등과 양초 등잔, 심심할 때 친구가 돼 줄 반딧불이들까지…. 에밀은 달님을 지켜드리는 데 필요한 물건을 꼼꼼히 배낭에 챙긴다. 어둑어둑해진 뒤, 사다리 계단을 아흔세 개나 올라 제일 높은 플라타너스 가지 위에 서서 달님에게 첫 인사를 건넨다. 아름답고 둥근 달님의 모습에 가슴이 벅차오른다.

그런데 아뿔싸! 이게 대체 어찌 된 일일까? 달님이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다. 처음엔 한 입 베어 문 쿠키 같더니, 날이 갈수록 덥석덥석 먹어 버린 수박 조각처럼 가늘어져 갔다. “달님, 혹시 배고프세요? 슬퍼서 그러세요?” 달은 점점 홀쭉해지는데 에밀의 걱정은 갈수록 불룩불룩 솟아오른다. “이러다 영영 사라져 버리면 어떡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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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것들을 슬퍼한다고 그 사라짐이 멈출 수는 없다. 많은 것들은 영영 돌아오지 못하지만, 다행히 떠났다가 돌아오는 것들도 있다. 게다가, 보이지 않는다고 영영 사라지는 건 아닐지도 모른다. 에밀에게도 이 진리를 이야기해줄 좋은 친구가 날아온다.

이지러지고 다시 차오르는 달의 이야기에 생명과 자연의 순환, 존재와 부재에 대한 작고 귀여운 깨달음을 담았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작가의 책. 남반구의 달은 북반구와 차고 기우는 방향이 반대다. 속지 첫 장에 달 그림으로 설명해 놓았으니 놓치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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