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근대를 만나다ㅣ변경희·아이다 유엔 웡 편저ㅣ사회평론아카데미ㅣ612쪽ㅣ3만5000원

옷은 언어다. 최근 들어 자신의 의사 표현을 대신하기 위해 색상이나 스타일, 액세서리를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옷은 시대를 읽는 수단이기도 하다. 이번 책은 그간 서양 복식사(服飾史)에 집중됐던 연구에 대한 갈증을 다소 해소할 수 있는 일종의 교과서다.

변경희 패션 인스티튜트 오브 테크놀로지 미술사학과 교수와 아이다 유엔 웡 브랜다이스대 미술학과 교수를 비롯해 메이 메이 라도 로스앤젤레스 카운티뮤지엄(LACMA) 복식 담당 큐레이터 등 전문가 14명이 집필했다. 서양 열강의 침공으로 근대화라는 대격변기를 겪은 동아시아 패션의 ‘정체성’에 집중한다.

우리의 경우 대한제국의 대례복에 양복을 도입하면서 무궁화 문양을 국가 상징으로 도안한 것을 짚어냈다. 이후 무궁화는 국화(國花)로서의 정체성을 이어간다. 중화민국 시기 사교계 여성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부채는 형태에 따라 자신의 페르소나가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