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사한(marvelous)’, ‘재미있는(delightful)’, ‘대단한(brilliant)’….
유럽에서 가장 널리 읽히는 서평지 ‘런던 리뷰 오브 북스’ 공동창립자이자 선임 편집장 메리케이 윌머스(84)는
서평에서 써서 안 되는 표현으로 이런 형용사들을 꼽습니다.
윌머스는 소설 서평을 가리켜 말했지만
비소설 분야 서평을 주로 쓰는 출판담당 기자 입장에서도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지적.
뻔하고 진부하며 재미없는 표현이니까요.
윌머스는 산문집 ‘서평의 언어’(돌베개)에서 “칭찬은 서평가들에게 무엇보다 어려운 과업”이라면서 말합니다.
윌머스의 말처럼 책을 칭찬하는 일은 정말 어렵습니다.
진심을 담되 세련되게 칭찬하는 일이 특히 어렵죠.
그냥 좋다고 말하자니 심심하고, ‘훌륭한’, ‘흥미로운’ 같은 형용사는 식상하지요.
현란한 단어로 극찬을 늘어놓자니 낯뜨겁기도 하거니와 객관성이 담보되지 않는 것 같아 꺼려집니다.
고민을 거듭하다가 결국 뻔한 상투어를 사용하게 되는 일이 잦죠. 그
래서 윌머스의 이 말에 뜨끔해지네요.
결국은 ‘단어의 빈곤’이 낳은 문제이겠지만
세련되고 낯 뜨겁지 않게, 칭찬하는 법을 배우고 싶다고
책장을 덮으며 생각했습니다.
곽아람 Books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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