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빠져들어 보는 드라마가 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다. 드라마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딸 우영우를 바라보는 아버지의 시선이다. 딸에게 자기 이야기를 털어놓고 이해와 공감을 받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면서도 그것이 가능하지 않다는 걸 알고 있는 복잡한 마음이 담긴 시선.

모든 부모와 자식은 가까우면서도 먼 관계다. 태어나면서부터 함께해왔고 세상에서 가장 잘 아는 존재라고 느끼지만, 결코 완벽하게 서로를 이해하지는 못하는. 어느 순간 자식이 부모 마음을 알아줄 만큼 컸다고 느낄 때 울컥 감동하는 이유는 그것이 그만큼 특별한 일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폐 스펙트럼 장애 자녀를 둔 부모는 이 순간을 경험하기 어렵다.

“아이가 아프고 장애가 있으면 부모들은 힘들어진다. 하지만 어떤 만성 질환도, 장애도 자폐증보다 부모를 더 고통스럽게 하지 않는다. 아이가 완전히 등을 돌리고 사랑도 말도 웃음도 보여주지 않기 때문에 더욱 괴롭다.”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책 ‘나는 자폐 아들을 둔 뇌과학자입니다’(김영사)에는 세계적 뇌과학자 헨리 마크람의 개인사가 담겨 있다. 독일 전기학자 로렌츠 바그너가 쓴 이 책에 따르면 인공 두뇌를 창조하는 블루 브레인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유럽연합의 휴먼 브레인 프로젝트를 이끌었지만 정작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아들의 세계를 이해할 수는 없었다. 그는 자신이 뇌과학자이기 때문에 스스로 더 무력하다고 느꼈다고 고백한다.

사람은 어떻게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알까. 심리학과 뇌과학 분야에서는 ‘마음 이론(Theory of Mind)’을 이야기한다. 사람들은 모두 다른 사람에게 마음이 있다는 것을 알며, 서로의 마음을 읽고 공감할 수 있는 공통의 메커니즘이 뇌 안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사람은 이 공감 메커니즘이 결여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마크람은 ‘강렬한 세계 증후군’이라는 새로운 가설을 제시한다.

“자폐인의 뇌는 억제되어 있지 않으며 지나치게 성능이 좋다. 뇌는 과하게 네트워크화되어 있고 과도한 정보를 저장한다. 우리는 자폐인에게 공감 능력이 결여됐다고 말해왔지만 아니다. 우리가 그들에게 공감하는 능력이 결여되어 있었다.”

우리가 다른 이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우리 뇌가 서로 닮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크람과 우영우 변호사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서로 닮아 있지 않아도 우리는 서로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