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어의 맛

웅어의 맛 | 구효서 지음 | 문학사상 | 332쪽 | 1만4500원

아는 맛은 무섭다. 특히 손맛이 그렇다. 어린 시절 어머니의 손맛, 고시촌 한식집 주인의 손맛. 기억을 더듬어 그 맛을 느끼려고 한다면 실망하기 쉽다. 안다고 생각했던 맛은 없다. 그럼에도 ‘아는 맛이 무섭다’며 손맛을 찾는 우리. 어쩌면 맛을 안다며 자신을 속이고 있는 건 아닐까.

소설집 ‘웅어의 맛’은 어떤 대상을 느끼는 감각이 무엇인지 의심하게 만든다. 웅어는 몸이 가늘고 긴 은빛 바닷물고기로 멸치과에 속한다. 표제작 속 K는 일주일 전 먹은 웅어의 맛을 떠올린다. 사랑했던 여자의 묘지를 다녀온 뒤 우연히 들른 곳. 그러나 맛이 떠오르지 않는다. 기억나는 것은 웅어를 요리하던 노파의 모습과 목소리뿐이다.

“감각을 통해 얻은 맛이라는 게 어느 한순간 자취도 없이 사라질 수 있다…. 나는 끝내 너 K의 접시에 웅어의 맛을 어리게 하지 않을 것이다.” K에게 말을 건네는 이는 ‘맛’이다. 그는 자신을 “모든 맛나는 것들을 맛나게 하는 맛이되 정작 누구에게도 무엇에게도 맛보일 수 없는 맛”이라고 소개한다. K는 자신이 웅어의 맛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도 모르면서, 웅어를 계속해서 찾는다.

맛, 색깔, 소리, 냄새 등 감각에 화자의 지위를 부여한 중·단편 소설 6편을 묶었다. 이 중 소리를 소재로 한 ‘풍경소리’는 2017년 작가가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일컫는 말이라는 것은 일컫는 대상과도 뜻과도 하나일 수 없다’는 표현이 소설 곳곳에 등장한다. 이 표현처럼 소설을 접한 이들도 각자 받아들이는 바가 다르리라. 그동안 자신이 안다고 생각했던 감각을 다시 돌아보는 쾌감을 느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