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작가 출신 모호연은 줄곧 ‘창작하는 삶’을 살아왔다. 병뚜껑, 나뭇잎 등 일상적 소재로 예술 작품을 만드는 ‘소사 프로젝트’를 이끌고, 뉴스레터에선 에세이와 시를 연재했다. 최근엔 펜치, 톱, 타카 등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21가지 공구를 사용하며 삶의 자신감을 얻은 이야기인 ‘반려공구’(라이프앤페이지)를 펴냈다. 일상 관찰자인 그가 타인의 삶에 머물러보는 책 5권을 추천했다.
가끔은 내가 모르는 인생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든다. 그럴 때는 책을 펼쳐서 모르는 사람을 만나러 간다. 책으로나마 타인의 일상을 접하면 나의 비좁은 시야가 조금 넓어지는 기분이 든다.
생활건축연구소를 운영하는 건축가 홍윤주는 2011년부터 생활 밀착형 공간에 대한 탐구를 시작했다. ‘진짜공간’은 그 탐구의 기록. 책에는 오랜 동네와 집들이 주로 등장한다. 손으로 쓴 간판, 길에서 새 인생을 사는 의자들, 시선을 끄는 노포들, 골목 어귀의 스티로폼 텃밭까지 어느 하나 낯선 것이 없다.
그러나 저자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익숙한 풍경이 새롭게 읽히고 계단 틈에 돋아난 풀 한 포기조차 특별한 인연을 가진 듯 보인다. 이 호기심 많은 건축가는 건물의 거주자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눈다. 어쩌다 여기 살게 되었으며, 이 건물에는 어떤 비밀이 있고, 앞으로 어떤 곳에 살고 싶은지. 생활감 넘치는 인터뷰가 내 이웃의 목소리 같아 흥미진진하다.
‘진짜공간’ 속의 풍경은 저자의 말처럼 ‘우리 주위에 엄연히 존재하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는 공간들’이다. 동네와 골목에 남은 생의 흔적에 일일이 의미를 부여하는 저자에게서 넉넉한 인간애가 느껴진다. 그것은 다양한 삶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마음이다. 그 마음을 키우고 간직하기 위해 나 또한 내가 만나는 ‘진짜공간’들을 탐구해 보려 한다. 내 주변에 사람이 살고 있음을 잊지 않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