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리 루소의 그림 '잠자는 집시'(아래) 속 집시 여인을 루소의 모습으로 바꿔 그린 책 속 그림. /책읽는곰·뉴욕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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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루소

미셸 마켈 지음 | 어맨다 홀 그림 | 신성림 옮김 | 책읽는곰 | 40쪽 | 1만4000원

“꼭 눈은 감고 발로 그린 것 같구먼.” “어린애가 그린 그림 아냐?” “한바탕 웃고 싶다면 앙리 루소의 그림을 보러 가시라!”

지금은 가장 유명한 프랑스 화가로 첫손에 꼽히지만, 처음 앙리 루소(1844~1910)가 세상에 그림을 내놨을 때 그에게 돌아온 반응은 심술궂은 조롱과 비웃음이었다. 파리의 도로 통행료 징수원이었던 루소는 마흔이 넘어 혼자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당대의 유행하는 화풍이나 정식 미술교육을 받은 화가들의 기법 같은 건 전혀 몰랐다. 평론가들은 그의 그림이 정해진 틀을 깨고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비웃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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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주변에 휘둘리지 않고 오롯이 상상력과 열정으로 자기만의 그림 세계를 개척한 루소의 길을 따라간다. 그의 화풍을 참조한 책 속 그림들은 화려하고 우아하다.

루소는 누가 뭐라 해도 주눅 들지 않았다. 루브르 박물관에서 좋아하는 명작을 따라 그리고, 식물원과 동물원을 찾아가 꼼꼼히 관찰했다. 거대한 잎사귀를 부채처럼 펼친 종려나무, 꽃과 과일로 만든 화환이나 폭죽 같은 열대 식물들, 꿈과 현실의 경계에 있는 듯 몽환적인 동물들…. 평생 프랑스 밖으로 나가보지 못해던 그의 그림 속에서 꽃들은 마음을 열어 보이고, 나무들은 포옹하듯 양팔을 벌리며, 태양은 루비처럼 얼굴을 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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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여정의 끝에서, 그는 마침내 화가 피카소와 시인·평론가 아폴리네르 등 그의 작품을 알아봐 주는 친구들을 만난다.

원제는 ‘앙리 루소의 판타스틱 정글’. 뉴욕타임스는 서평에서 “누구도 당신에게 ‘너는 할 수 없어’라고 말하게 놔두지 말라는 것, 그것이 이 책이 앙리 루소의 삶을 통해 전하는 근본적 메시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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