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언제부터 알게 될까?
수십 년간 인간의 의식을 연구해온 영국의 신경과학자 사라-제인 블레이크모어의 ‘나를 발견하는 뇌과학’(문학수첩)에 따르면 태어난 지 24시간도 안 된 신생아조차 손에 자기 몸이 닿았을 때와 남의 몸이 닿았을 때를 구별한다고 한다. 생후 6개월 된 아기들도 스스로를 직접 본 경험이 거의 없음에도 영상을 보여주면 자기 자신의 움직임과 똑같은 옷을 입은 또래의 움직임을 구별한다. 타인과 구별해 자기 자신을 인지하는 능력은 인간에게 매우 원초적인 것이다.
이 책에서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자아감 발달이 아동기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기가 매우 중요하다는 발견이다. 청소년기에는 타인의 시각을 통해서 스스로를 이해하게 되는 사회적 자아가 발달하는데, 뇌 안의 연결이 새로이 만들어지고 정리된다. 인간의 뇌는 6세까지 90% 가까이 성장하지만, 신경 세포 사이의 연결인 시냅스의 숫자는 계속 변한다. 특히 우리의 의식, 판단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한 인지에 가장 중요한 전전두엽의 시냅스는 10대까지 계속 감소하다가 10대 후반에 이르러서야 그 수가 안정된다. 우리 뇌가 살면서 세상을 어떻게 인지하고, 우리 자신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그 뒤에야 결정되는 것이다.
청소년기에 사람들과 어떤 관계를 경험했는지가 매우 중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외롭고 고립되거나 타인 관계에서 트라우마의 경험이 쌓이면 성인이 되어서 호르몬 분비나 외부 자극에 대한 반응에 문제가 생긴다. 불안 장애와 충동 조절 장애, 조현병 같은 많은 정신 질환도 대부분 10대를 전후해서 또는 10대와 20대 사이에 발병이 시작된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 생각할 때 주로 활성화되는 뇌 부위도 청소년과 성인이 다르다. 2007년의 한 연구에서는 청소년들이 자기 자신에 대해 생각할 때는 배내측 전전두엽이 주로 활성화된 반면, 성인들은 정보를 취합하고 기억하는 측두엽 설전부의 대뇌피질이 더 활발한 활동을 보였다. 연구진들은 청소년들은 직접 자기 성찰을 반복한 반면, 성인들은 자기 자신에 대해 만들어진 저장된 지식을 꺼내서 이용하는 패턴을 보였다고 해석했다.
자아의 그림은 주로 청소년기에 형성된다. 그런데 얼마나 많은 우리나라 청소년이 자신에 대해 그저 모자라고 인정받지 못한다고 느끼는가. 우리나라의 청소년 자살률은 OECD 최고이며 OECD 전체 국가 평균의 2.2배에 이른다. 책의 마지막 문장을 더 많은 사람이 기억했으면 좋겠다. “10대의 뇌는 잘못되지 않았다. 우리는 이들의 뇌를 이해하고 세심히 살피고 격려해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