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모리 가즈오는 1994년 첫 책을 낸다. 당시 그의 나이는 62세. 자신이 창업한 두 회사, 교세라와 KDDI에서 65세 퇴임 후 불교에 귀의하여 승려가 되었으나, 77세에 파산 위기에 몰린 일본항공 재건을 위해 경영에 복귀한다. 올해 8월 90세를 일기로 타계하기 전까지, 그는 28년 동안 40권이 넘는 책을 썼다. 내가 아니라 남을 위하는 ‘이타(利他)’의 마음이야말로 경영의 핵심이라 강조해 온 사람이었기에, 자신이 현장에서 고생 끝에 얻은 배움과 철학을 대중과 나눌 수 있도록 책을 쓴다는 것 역시 이나모리에게는 이타적 행위의 하나였을 것이다.
‘왜 리더인가’(다산북스)는 2019년 작이다. 일본어 원제는 ‘마음’. 리더가 어떤 마음을 갖추어야 하는지 조언하는 책으로, 목차는 마음에 관한 다섯 가지 질문으로 구성된다. 손에 착 잡히는 가벼운 책이라 금방 읽을 수 있지만, 그중에서도 세 번째 ‘투지-강한 마음을 어떻게 끝까지 유지할 것인가’, 네 번째 ‘도리-인간으로서 옳은 일을 하고 있는가’를 추천한다. 크든 작든 조직을 이끌고 있는 분이라면 밑줄을 긋고 되새김질하고 싶은 문장이 가득한 부분이다.
이나모리는 묻는다. 왜 어떤 리더는 금세 사라지고 어떤 리더는 영원히 존재하는가. 사업의 크기는 리더가 가진 마음의 크기에 비례하고, 리더의 마음은 조직에 퍼지는 전파력이 세다. 따라서 리더는 총알이 난무하는 상황에서도 마음에 방탄조끼를 입은 사람처럼 담담하고 무심하게 평상심을 유지해야 하는 사람이다. 좋은 사람인 척하는 게 아니라 가끔은 미치광이 소리를 듣더라도 일의 한복판에 뛰어들어 완벽하게 장악해야 하는 사람이다. 갈등이 두려워서 싸우는 결정을 뒤로 미루는 것이 아니라 옳은 일이라면 정면으로 마주하고 결단을 내려야 하는 사람이다.
이나모리는 위대한 창업가이자 경영자였지만, 27세에 교세라를 시작한 후 무수한 실패와 가혹한 좌절은 그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역경을 탓하기보다는 “마음이 무너지지 않으면 그 무엇도 무너지지 않는다”는 각오로 투지와 인내를 잃지 않았다. 시간과 싸워 승리하는 인간이란 이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