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대학

대니얼 카포위츠 지음|장상미 옮김|유유|340쪽|1만8000원

라이프 인사이드

앤디 웨스트 지음|박설영 옮김|어크로스|440쪽|1만8000원

“자유교양학이며, 역사학, 문학, 철학 같은 온갖 아름다운 학문을 늘어놓으셨는데요. 저희는 가난합니다. 유색 인종 여성이라고요. 저희에게 필요한 건 미래를 대비할 직업교육이에요. 돈 많은 백인들이나 다니는 ‘바드 칼리지’가 저희가 출소해서 살아가는 데 무슨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거예요?”

2005년 뉴욕 베이뷰 교도소. 스무 살 남짓한 여성 재소자 소피아가 저자에게 물었다. 저자는 바드 칼리지가 재소자 대학 교육을 위해 1990년대 말 설립한 ‘바드 교도소 사업단(Bard Prison Initiative, BPI)’ 정책 및 학술 국장. 뉴욕주 바드 칼리지는 미국 상류층 1%에게 인문학 중심의 엘리트 교육을 실시하는 사립 자유교양대학(liberal art college) 중 한 곳이다. 한참을 고민한 후 저자는 소피아에게 답했다. “최소한 ‘바드’는 어렵습니다. 대학은 여러분이 완전히 낯설고 지독히 어려운 교재를 붙들고 씨름해서 익히도록 요구하거든요. 협소한 직업훈련만 받아서는 직업 활동을 하면서 반드시 겪어야 하는 상황, 세상에서 필연적으로 맞닥뜨릴 변화에 제대로 대비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2001년부터 BPI에서 법과 인문학을 가르쳐 온 저자가 쓴 이 책에 ‘드라마’는 없다. 뉴욕주 교도소 여섯 곳에서 논술 및 면접을 통해 선발된 학생들은 눈물을 흘리며 참회하지도, 선생님을 끌어안고 ‘새사람’이 되겠다 약속하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왜 재소자들에게 대학 교육이 필요한가?

노동계층 출신의 30대 중반 재소자 피터 베이는 대학 지원 면접에서 ‘갱생’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교도소에서는 단순히 ‘복종’을 바라지만 저는 그게 다르게 사는 것이었으면 해요. 도대체 어떻게 해야 다른 삶을 살 수 있는지 알아내는 것이요.” 다르게 살기 위해 질문하고 도전하는 것을 ‘반항’이 아니라 사회에 대한 판단력을 키워가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태도. 저자는 그것이 대학이, 나아가 인문학이 가져야 할 자세라고 믿는다. BPI가 교도소 특화 프로그램이 아니라 본교에서 적용하는 학문적 요구 수준과 학습 구조를 가능한 한 따르는 것은 그 때문이다. “학생들은 ‘낙인’ 또는 ‘딱지’를 단 채로 대학에 들어오지만 우리의 임무는 그들을 사립 자유교양대학에서 공부하는 1% 학생과 똑같이 대하는 것이다.”

BPI의 수업 장면. 대부분 빈곤층으로 자기 인생이 교도소에서 끝날 줄 알았던 학생들은 인문학 교육을 통해 세상을 헤쳐나가는 힘을 기르게 된다. /유유

뉴욕주 인구 중 아프리카계 미국인 비율은 약 15%지만, 수감 인구 중에선 50%를 차지한다. 청년은 도시빈곤층이고, 노인은 아들, 손자도 구금된 경우가 많다. “사람은 변한다. 변화를 향한 인문학 교육의 소명이야말로 민주주의를 규정하는 낙관주의의 핵심이다.”

그렇지만 저자는 변화를 강요하지 않는다. ‘자율성’이 인문학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을 가르치면서 학생 개인의 체험과 엮지 않는다. ‘죄와 벌’이 말하는 의식과 양심 간 상호작용을 학생들이 스스로 깨닫길 바란다. ‘백인의 언어’를 주입받기 꺼려 하는 학생들에겐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려면 ‘코드’를 익혀야 한다. 표준미국영어라는 코드를 익히면 좋은 기술이 하나 더 늘어나는 거다”라고 설득한다. 학생들은 말한다. 지내다 보니 교도소가 편해진다고, 다시 불편해지기 위해 대학에 왔다고. 그 마음에서, 저자는 희망을 본다.

BPI는 인문학 과정을 마친 학생들에게 후속형 직업훈련을 실시한다. 졸업생들의 취업률은 60~80%. 같은 연령대 성인 취업률에 비해 월등하다. 졸업생들은 기업, 컴퓨터 프로그래밍, 역학(疫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한다. 재범률은 2%에 그친다. “인문학 교육의 회복력을 입증한다.”

책을 통해 저자가 이야기하는 건 결국 인문학의 본질이다. 그럴듯한 직업을 얻기 위해 인문학을 배운다면 그건 이미 인문학이 아니다. 읽고 쓰고 말하고 생각하며 자기 삶을 바꾸어나갈 힘을 얻는 것이 인문학을 공부하는 이유다. 그렇지만 교도소 밖 대학에서도 인문학은 일그러져 있다. “현재 대학 현장에는 자유교양학 학습의 정신적, 정치적, 실제적 이득을 경시하고 미국의 모든 대학생을 직업을 염두에 둔 훈련으로 몰아가는 엄청난 압력이 존재한다.”

‘교도소 대학’이 학자의 눈높이에서 쓴 묵직한 책인데 반해 ‘라이프 인사이드’는 좀 더 대중적이다. 저자는 런던대 철학과 졸업 후 2016년부터 재소자들을 대상으로 철학을 가르쳤다. 소크라테스식 대화법을 빌려 죄수들에게 데리다의 ‘용서’, 페미니즘의 ‘여성혐오’ 등을 설명한다. 아버지, 삼촌, 형이 모두 수감생활을 했던 저자는 수감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스스로의 상처를 치유한다.

괴테 자서전 ‘시와 진실’에 이런 말이 있다. “물려받은 그것을 네 것으로 만들라.” 부유하게 자란 괴테와 달리 물려받은 것 없는 BPI 학생들은 부모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다. “너는 꼭 네 몫의 교육을 받아야 해. 다른 사람들이 절대 네게서 빼앗아갈 수 없는 것이니까.” 교도소는 ‘처벌 대(對) 갱생’이라는 첨예한 논쟁 대상이지만 이 책들을 읽는 동안만큼은 갱생에 더 무게를 두게 된다.